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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너마저…” 반난민 기류에 ‘극우당’ 환호하는 유럽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4일(현지시간)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州)의회 선거에서 반(反)난민 극우당이 다시 한 번 대약진하며 이 주에 지역구를 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PU)을 제치고 2당 지위를 차지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덴마크, 포르투갈, 영국, 노르웨이 등 최근 각종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이 위세를 떨치면서 이들의 집권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공영 ARD, ZDF 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을 위한대안’(Alternative fuer Deutschlandㆍ독일대안당)은 21.4%의 득표율로 19.1% 득표에 그친 기민당을 제쳤다. 기민당의 이런 득표율은 이 주의회 선거에서 기록한 역대 최악의 성적이며, 기민당이 지금까지 선거에서 독일대안당에 뒤처진 것도 처음이다.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최근 득세하고 있는 극우파들의 특징은 타민족ㆍ인종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제하려는 ‘제노포비아’ 심리를 기반으로 형성된 반이민 정서를 무기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을 꺽은 독일대안당은 “억지로 망명하려는 난민에게 총을 쏴도 된다”라며 난민과 이민자를 향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대안당 공동당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메르켈을 향한 한 방”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이웃나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9%의 지지율을 차지해 현 야당인 공화당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나 쥐페 전 총리와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은 3일 프랑스 북동부 브라셸에서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이민자들 속에 숨어 우리 내부로 침투한다”라며 “테러리즘에 맞설 가장 좋은 무기는 (EU탈퇴를 결정할) 투표”라고 말했다. 그는 부르키니(이슬람 여성의상인 부르카를 활용해 전신을 가린 수영복)가 “옷으로 여성을 격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 내 극우정당의 득세는 지난 5월 오스트리아의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가 무려 49.7% 득표를 얻고 EU 내 첫 극우정당 국가 수반이 될 뻔하면서도 확인됐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은 지난해 39%의 지지를 얻어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고, 극우 성향인 스위스 국민당은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29%가 넘는 지지율로 대승을 거뒀다고도 전했다.

이외에도 덴마크 국민당은 지난해 6월 총선에서 2011년보다 2배 가까운 21%의 지지율로 제2당을 차지했고, 핀란드의 핀란드인당도 18%의 지지를 얻어 제2당이 되면서 연정에 참여했다. 헝가리의 요빅(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도 21%, 스웨덴 민주당이 13%, 네덜란드 자유당이 10%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한편,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4일 치러진 독일 선거에 대해 “공포가 ‘사실’(Fact)를 이겼다”라며 “경제지표는 개선되고 있고, 난민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공포를 조장하는 정당을 선택했다”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과거 유럽 내 극우 정당의 득세에 대해 “경제침체에 허덕이는 20~30대 백인들의 분노를 부추김으로써 지지를 얻고 있지만 정작 정국운영에 있어서는 무능하다”라고 비판했다. 

독일의 이번 의회선거에서는 이른바 ‘퀼른 사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퀼른 사건은 지난 2015년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사이 독일 쾰른에서 약 1000여명의 중동,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 신청자(asylum seeker)들이 행인 등을 대상으로 성폭력, 강도, 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일으킨 사건이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영국의 로더럼(아프가니스탄 이민자들이 일으킨 성범죄 사건)과 퀼른 사건 모두 이민자나 난민 다수를 대변하는 사건이 아닌 소수의 사건이기 때문에 난민과 이민자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혹은 범죄자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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