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쫓겨난 ‘게릴라의 여왕’ 호세프 “의회 쿠테타…지칠 줄 모르는 강한 야당 만날 것”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정상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결국 탄핵당했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 추진 세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혀 혼돈의 정국은 계속될 전망이다.

브라질 상원은 3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상원 최종표결에서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호세프는 30일 안에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을 떠나야 한다. 2018년 말까지 남은 호세프의 임기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채운다.

탄핵 사유는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4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경제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썼다는 것이 반(反) 호세프 진영의 주장이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이날 탄핵안 통과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면서 미셰우 테메르 정부에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면서 “쿠데타 정부는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야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으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 정권을 되찾기 위한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 측은 상원의 탄핵안 가결에 반발하면서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뜻도 밝혔다. 호세프의 변호인인 주제 에두아르두 카르도주 전 법무장관은 상원의 탄핵안 가결에 대비해 위헌소송을 준비해 왔다.


좌파 노동자당(PT)도 테메르 정부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PT는 오는 2일 전국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도부 개편을 포함해 정국 대처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호세프 탄핵으로 1980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노동자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대표로 추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좌파의 아이콘’ 룰라를 내세워 2018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인근 남미 좌파국가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베네수엘라는 탄핵이 확정되자 성명을 내 “호세프에 대한 탄핵과 축출은 ‘의회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의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정부와는 정치ㆍ외교적 관계를 동결하고 대사를 확실히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세프를 축출하기 위한 정치 절차가 민주주의와 브라질 헌법을 위배했다”며 “중남미 좌파에 대한 과두정치와 제국주의 공격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에콰도르도 탄핵 가결 이후 브라질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남미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관행들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세프를 탄핵한 브라질 상원은 직권 남용과 반역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탄핵안 가결로 호세프는 1992년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현 상원의원)에 이어 24년 만에 탄핵을 당하는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당시 30년 만에 직접선거로 선출돼 1990년 3월에 취임한 콜로르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은행계좌를 동결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가 실패했고, 잇단 비리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하원이 1992년 12월 탄핵안을 가결하자 사퇴했다. 그러나 몇 년 뒤 대법원은 콜로르에 대한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