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엔이 구호 활동과 관련해 수천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아사드 정권과 유관한 인물들과 맺었다며 29일(현지시간)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 하에 있었던 기관들에도 자금이 수혈됐다. 정부 부서와 자선 재단 등에도 자금이 공급됐는데 여기에는 영부인 아스마 알 아사드가 세운 재단과 아사드 대통령의 사촌이자 측근 라미 마클루프가 설립한 재단 등도 포함됐다.
2011년부터 이뤄진 유엔의 구호 활동 관련 계약을 분석한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은 농업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으로 시리아 정부에 1300만달러를 지불해 왔다. EU가 자금이 어떻게 사용될 지 불투명하다며 교역을 금지해 둔 부처였지만 거래는 이뤄졌다.
유엔은 또 국영 연료 공급 기업에 최소 40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 또한 EU의 경제 제재 목록에 올라있던 곳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리아의 국립 혈액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 은행은 아사드 정부의 국방부 통솔 하에 있는 기관이었다. 영국 등 시리아 정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하는 국가에서 나온 자금들이다. 가디언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WHO는 혈액이 군사 목적으로 먼저 사용되지 않고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될 지 우려했다.
두 곳의 유엔 산하 기관은 아스마 알 아사드 대통령 부인이 회장으로 있는 자선단체 ‘시리아 트러스트’와 협력 관계를 맺고 850만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스마 알 아사드는 EU와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유니세프는 대통령의 사촌 라미 마클루프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자선단체 알부스탄협회에 26만달러를 지급했으며 마클루프가 소유한 이동통신사 시리아텔에도 70만달러를 냈다. 마클루프 역시 EU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그 밖에 유엔은 시리아 기업 258곳과 거래해 5400만달러를 지출했는데, 그중 상당수 업체가 알아사드 및 알아사드의 측근들과 관련된 곳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엔은 이에 대해 시리아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자금이 올바른 곳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사드 정부가 승인한 소수의 제한된 기관들과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변인은 “시리아의 불안정한 환경 탓에, 포위된 지역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이나 파트너를 찾는 우리의 선택지는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또 유엔 자체의 제재 의무만 지키면 되고 EU나 미국의 제재 대상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전이 극심해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유엔 산하 기구들은 2014∼2015년 다마스쿠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숙식비로 920만달러를 썼다. 이 호텔은 EU 제재 대상인 시리아 관광부가 3분의 1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다마스쿠스에서 가장 안전한 호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타협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판적 입장을 지닌 전문가들은 구호 활동이 정부가 점유하고 있는 지역에 우선 제공되고, 유엔의 자금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아사드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리아 환경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러한 유엔의 태도가 실망스러우며 유엔의 시리아 내 활동과 관련해 ‘침묵하는 문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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