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GDP 신뢰성 논란… “빈부격차, 기술변화 반영 못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 나라의 경제 성적을 한 눈에 드러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치가 자주 틀리고 수정되는 데다, 소득 불균형 및 기술 변화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2014년 GDP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GDP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2014년 GDP가 556조엔으로 2.3% 성장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14년 GDP가 525조엔으로 0.9% 하락했다는 내각부의 기존 발표와는 정반대의 분석이다. 양측의 집계가 무려 31조엔(346조 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내각부는 생산과 지출 측면에서 GDP를 계산한 반면, 일본은행은 세금을 통해 분배 측면에서 계산한 것이 차이의 원인인데, 어떤 집계가 정답이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도 말할 수 없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

기준금리를 올릴 지 말 지를 고민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GDP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는 있다. 지난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분기 성장률 공식 기록(1.2%)을 문제삼았다. 그는 “만약 당신이 문제가 있는 2분기 GDP 증가율 수치 이면을 보고 진짜 수요량을 연구한다면, 더 일관된 경제적 모멘텀의 그림이 나타날 것이다”라며 GDP가 실물 경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의 GDP는 시장의 불신이 더욱 크다.

UBS AG 그룹의 폴 도노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첫 수치가 거의 항상 틀린다”라며 “광범위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정하면 중앙은행들은 시장을 과장해 강조하는 문제에 있어서 매우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GDP가 실물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은 기술 변화가 빨라지면서 더욱 높아지게 됐다. 가령 온라인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돈의 흐름이나, 공유 경제를 통한 부가가치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공유경제 숙박기업인 ‘에어비앤비’가 세계적 호텔 체인인 ‘힐튼 월드와이드’의 기업 가치에 육박할 정도가 됐음에도 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하기 힘들다고 했다. 사용자가 참여해 만들어내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나 무료 공개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인 ‘리눅스’도 기존의 GDP 개념에는 포섭되기 어려운 경제활동이다.

GDP가 빈부 격차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나 미국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열풍의 배경에는 빈부 격차와 그로 인한 저소득층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는데, GDP는 이러한 분위기 변화를 감지해 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올리비에르 블란차드 전 IMF 수석 경제학자는 “정책을 토론할 때 GDP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현재의 GDP에 미치는 효과 못지 않게 복지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GDP를 대체할 만한 명확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시간대 경제학 교수인 저스틴 울퍼스는 GDP가 이론적으로는 결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쓸만한 도구라며 “GDP가 높은 국가는 사람들이 진정 중요한 일이라 말하는 분야에 있어서도 잘 해내는 국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