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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안하면 둘째 단명한다며 4억 뜯은 무속인…법원 “사기 아니다”
-3500만원 빌리고 갚지 않은 것만 유죄 판단

-“굿 하는 과정서 마음의 위안 얻은 것 사실”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굿을 하지 않으면 둘째 아이가 단명한다”며 50대 여성에게 8년간 4억5000여만원의 굿 비용을 뜯어낸 무속인의 행위를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가 굿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은 만큼, 굿의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사기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임지웅 판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내렸다. 


임 판사는 무속인 A 씨가 피해자 장 씨에게 굿 비용으로 4억5000여만원을 뜯은 혐의를 무죄로 봤지만, A 씨가 피해자 장 씨에게 35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을 내렸다.

앞서 지난 2006년 미국에 거주하던 장모(여ㆍ53) 씨는 지인으로부터 “굿을 하지 않으면 둘째아이가 단명할 것”이라는 무속인 A 씨의 말을 전해들었다.

A 씨에게 연락을 취한 장 씨는 재차 “3년간 기도해 조상들의 원한을 풀지 않으면 아이가 단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2008년 장 씨의 둘째아들이 발작을 하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세를 보였고, 무속인 A 씨는 계속해서 굿이나 기도를 권했다.

결국 장 씨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굿값 등으로 148회에 걸쳐 4억5000여만원을 무속인 A 씨에게 건넸다.

이후 장 씨는 굿으로 인한 지출이 커지고 무속인의 권유로 사들였던 부동산 권리관계 등에 의심이 가자 무속인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밖에 무속인 A 씨는 지난 2014년 “딸의 가게 개업비용이 필요하다”며 장 씨에게 3500만원을 빌린 뒤 이를 떼먹은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과거 점집 신축공사 당시 빚진 돈을 ‘돌려막기’식으로 갚기 위해 장 씨의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임 판사는 “무속인이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거나, 자신도 무속행위의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적극 기망했을 때에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무속 실행은 결과의 달성보다는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 판사는 장 씨가 무속인의 사기에 당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위안을 위해 8년간 무속행위에 동참했다고 봤다.

임 판사는 “무속인이 장 씨의 힘든 상황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해 무속행위를 해야 한다고 계속 권유했을 여지도 있지만, 장 씨 역시 아들의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지속적으로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무속인이 받은 돈을 실제로 굿이나 기도 등을 드리는 등 물품구입비와 인건비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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