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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포비아’에 빠진 세계, 인권사각지대에 빠진 난민아동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지난 5일 메인 주(州)의 포틀랜드에서 “메인은 소말리 난민들의 최종목표 지역”이라며 “이들은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며 이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 나우루 수용소에서 자해를 한 소녀를 보고 간부들은 큰 소리로 웃어댔다. 소녀의 아버지가 시설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해당 간부는 시설을 벗어나 호주로 떠난 상태였다. 소녀의 아버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해를 했다.  

하늘 위에서 순식간에 쏟아진 불폭탄을 피해 나라를 떠난 10대 난민 아동들은 이같은 폭력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잇딴 테러공격과 일부 과격화된 난민들의 증오범죄에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9일(현지시간) 동북부 섬나라인 나우루 공화국의 수용소에 격리시킨 난민아동들에 대한 아동학대 실태가 폭로돼 호주 당국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나우루공화국의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실태를 다룬 8000여 장의 보고서에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아동들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년 간의 사건을 정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나우루 수용소에서 난민을 대상으로 발생한 인권유린 실태 2116건 중 1086 건이 난민아동을 대상으로 했다. 난민 수용소에 있는 난민 중 미성년자의 비중은 18%에 그친다.

난민보호협약 국가 중 하나인 호주는 보트난민을 철조망 감호소에 가둬 망명신청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이들을 자국 땅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진=난민아동, 당신에겐 인권보호대상입니까]


문제는 나우루 수용소에 있는 난민아동들에게 학대는 일상이라는 점이다. 특히 간부들에 의한 학대가 빈번히 발생한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9월 나우루 수용소의 간부들은 트라우마 속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입술을 꿰매버린 소녀를 보고 큰소리로 웃어댔다. 한 간부는 수용소 안에서 뛰어다닌다는 이유로 한 난민 소년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아동들은 성추행,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등 각종 학대에 시달렸다. 아동성추행 사건은 59건으로, 이중 7건이 성폭행사건이었다. 자해 위협은 159건에 달했다.

유럽으로 건너간 난민아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럽형사기구 유로폴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유럽에 이주해 등록을 마친 난민 아동 가운데 약 1만 명이 실종됐다. 유로폴은 “난민 아동을 노리는 인신매매 범죄단이 유럽 전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상원 유럽연합(EU)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동행자가 없는 미성년자 8만 8265명이 EU에 난민을 신청했고, 다수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일본의 만화가 하스미 도시코는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진작가 조나단 하임스가 레바논 난민캠프에서 찍은 6살 소녀의 사진을 이용해 난민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는 “남의 돈으로 안전하게 살고 싶다. 그래, 난민하자”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에 국제사회는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분노는 잠시뿐이었다. 하스미 도시코는 난민을 조롱하는 그림을 책으로 발간했다. 책은 일본 아마존에서 예약주문 1위를 기록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스미와 출판사는 지난 2월 팬사인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일본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스미와 마찬가지로 난민들을 ‘남의 나라 돈으로 편하게 살려고 하는 악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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