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분오열 美 공화당] ‘트럼프-펜스 동맹’불협화음…美공화‘플랜B’고민
트럼프, 라이언 하원의장 지지 유보
마이크 펜스는 “지지” 딴목소리
측근 깅리치·프리버스도 비판대열에
당지도부 ‘트럼프 후보 낙마’ 대비



[헤럴드경제]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두고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까지 트럼프와의 의견차를 드러내면서 분열 양상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급기야 당 지도부가 트럼프 낙마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크 펜스는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다. 그는 “나는 강력히 폴 라이언을 지지하고, 강력히 그의 재선을 지지한다”면서 “그는 오랜 친구다. 그는 강한 보수당 지도자다. 나는 우리가 미국 의회 리더십에서 그를 필요로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지를 남기지 않은 펜스의 분명한 발언은 연방의원 후보선출 경선 때 라이언을 지지하지 않을 뜻을 시사한 트럼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펜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와 대화를 나누기는 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공화당 균열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펜스와의 이견을 차치하더라도 공화당은 사분오열의 형국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트럼프 후보 선출까지는 함께 왔으나 “힐러리 찍겠다”는 공화당 유관 인사들의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화당의 대표 ‘큰손’ 후원자 메그 휘트먼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2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선동정치는 미국 국민성의 뼈대를 훼손하고 있다”며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제시했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힐러리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휘트먼은 지난 2009년 공화당 후보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도 출마한 공화당 골수지지자다. 그는 힐러리 진영에 대한 적극적 기부 의사까지 밝혔다.

공화당의 3선 하원의원 리처드 한나도 이날 ‘시러큐스닷컴’ 기명 칼럼에서 “트럼프 발언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그는 공화당에 봉사하기에도, 미국을 이끌기에도 부적합하다”며 힐러리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최측근이기도 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전 참모인 마리아 코멜라도 “15년간 공화당 원칙에 따라 일해온 사람으로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힐러리 지지 의사를 전했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였던 샐리 브래드쇼도 1일 “트럼프는 여성혐오자이며 편견에 사로잡힌 자아도취자”라며 공화당을 탈당한 뒤 플로리다에서 박빙 양상이 나타나면 힐러리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AP통신에 따르면 밋 롬니와 젭 부시 등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수십 명에 달한다. 참다 못한 친(親) 트럼프 인사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간 트럼프를 앞장서 옹호해 온 당내 대표적 라인스 프리버스 RNC 위원장은 트럼프 선거 캠프 핵심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의 라이언,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지지 거부에 대해 분노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지금 대선은 (힐러리와 트럼프)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냐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면서 “트럼프는 지금 자신이 힐러리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힐러리 승리를 돕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겨우 갈등을 봉합했던 당이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따른 라이언, 매케인의 비판, 이에 대한 트럼프의 재반격으로 내분이 심화되면서 극심한 적전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트럼프 낙마’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흘러 나왔다. 3일 ABC 방송은 당의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에 좌절하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트럼프가 중도에 낙마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 본선을 완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내부 규정상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 168명이 사실상 트럼프의 ‘대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이러한 시나리오까지 고민한다는 것은 그만큼 트럼프를 두고 당내 논란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