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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끔찍한 여름휴가 ②] 휴가철 계곡 안전사고, 이럴 땐 지자체 책임
-강가나 계곡서 물놀이 중 사고 났다면…시설 관리자인 지자체 법적 책임
-다만 위험 예상 가능하지만 안전 조치 없었을 때에만 지자체 책임
-일반인의 접근성, 사고 이력, 안전시설 설치 여부 등으로 배상 책임 판가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 초등학교 5학년 조모(11) 군은 방학을 맞아 교회 여름 소풍에 참석했다. 물놀이를 하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소풍 장소 근처 강가로 향했다. 물장구를 치던 조 군은 별안간 깊이 3m 남짓한 웅덩이에 빠졌다. 조 군은 발버둥을 쳤지만 물 속에 그대로 가라앉아 숨졌다. 이후 조 군의 부모는 하천 관리자인 국가와 도, 인솔자인 교회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국가와 전라북도, 인솔자인 교회 등이 유족에게 1억 8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이 있어 지자체가 보통 하천보다 주의를 기울여 안전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사진제공=전남 구례군]

여름철 강가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나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법적 책임을 진다. 공공시설 관리자인 국가나 지자체에는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배상법은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관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배상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가 모든 사고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에 맞는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지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과거 대법원은 “익사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하천 구역의 위험관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용 상황, 사고 이력 등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안전 조치를 했다면 지자체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배상 책임을 가릴 때는 먼저 일반인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법원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거나, 물놀이가 잦은 곳이라면 지자체가 더 엄격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지난 2014년 서울고법은 강원도 인근 유원지의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다 익사한 이 군의 부모가 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지자체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최종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군 일행이 조성된 길이 아닌 숲을 관통해 하천 제방을 넘어 강으로 향했다”며 “정해진 길이 아닌 곳으로 이동할 것까지 예상해 지자체가 안전 조치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하천이나 바닷가의 사고 이력도 지자체의 배상 책임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앞선 서울고법 판결에서 해당 계곡은 사고가 발생한 2012년까지 3년간 물놀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자체가 사고를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반면 지난해 광주지법은 바닷가 갯바위 위에 서있던 취객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사고에 대해 지자체 책임을 인정했다. 같은 지점에서 10년 간 17회 익사 사고가 있던 점이 참작됐다.

지자체가 표지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2014년 계곡에서 발생한 익사사고에 대해 포천시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시가 사고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가 난 강가에는 안전 요원 2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이들의 관할 구역이 6개 하천으로 지나치게 넓어 각 강가의 안전 관리를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강가에서는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찾아볼 수 없었고, 안전 표지판이 있었지만 나무 뒤편에 가려져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사고를 막기 위해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며 포천시가 사고 피해액의 2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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