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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 사태, 농성측 ”본관 점거 지속“ vs 학교측 “구성원 설득 작업 시작”
-학교측, 2일까지 이화여대 구성원 전체에 사태 및 사업 설명 메일 발송

-본관 점거 농성두고 학교측-농성측 여전히 ‘평행선’

-이화여대 학내 분규 요인 중 돈줄 틀어쥔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압박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화여자대학교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두고 해당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학교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재학생ㆍ졸업생 간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학교측은 재학생ㆍ졸업생ㆍ교수 및 교직원 등 교내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를 청취한 뒤 사업을 다시 진행하겠다며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위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을 내세우며 본관 점거를 풀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농성측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완전 철회’를 조건으로 자발적 참여가 있는 한 점거 농성을 계속하겠다며 맞서는 모양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추진중인 ‘미래라이프 대학’ 문제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화여대 학내 분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한 본관 점거 농성자가 이화여대 본관 앞을 지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일 이화여대 학교측은 재학생 및 동문, 교수 및 교직원 전원에게 평단사업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본관 점거 사태에 대한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등의 내용이 담긴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이는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잠정 중단한 채 교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골고루 청취하겠다는 공언에 맞춘 것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2일까지 메일 발송이 완료될 예정이며, 조만간 최 총장이 재학생, 동문, 교수 등을 초청한 간담회 등을 통해 직접 만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사진 가운데)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하지만, ‘본관 점거 농성’을 두고는 학교측과 농성측의 의견차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 총장이 “본관 폐쇄 및 교수ㆍ교직원 감금은 위법”이라며 “이후 태도에 따라 그런 (징계 등의) 수준은 달라질 수 있지만 관용으로만 가긴 어렵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농성측 역시 평단사업에 대한 ‘완전 철회’가 없는 한 본관 농성은 계속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농성측은 최 총장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대강(强對强)’ 충돌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이번 이화여대 학내 분규가 발생한 데는 교육부가 돈줄을 틀어쥐고 각 대학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는 현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이화여대 학내 충돌은 지금껏 대학 구조조정과 학제 재편의 압박에 의한 대학사회 전반에 퍼진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재학생들의 이화여대 본관 점거 과정에서 감금된 교수 및 교직원 5명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과 경찰간의 몸싸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캡쳐]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재정지원사업을 싹쓸이하는 등 정부 정책의 ’최우등생‘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화여대는 이번에 문제가 된 평단사업에 선정되며 연간 30억원의 예산지원을 따낸 것뿐만 아니라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이하 코어사업)’과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PRIME, 이하 프라임사업)’을 통해 각각 3년간 96억원, 연간 50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이 밖에도 학교의 전통을 위배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설립한 학군단(ROTC)에 대한 정부 지원금도 받는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재정지원 사업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화여대에서는 학내 의견 수렴의 과정이 가볍게 여겨졌고, 총장을 중심으로 한 학교측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이 만연했다는 것이 현재 본관에서 점거 농성하고 있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주장이다. 이화교수협의회 역시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교수를 비롯해 학생, 동문 등 모두가 수긍하기 어려운 중요한 결정이 보직자 및 소수의 관련자들을 제외하고는 의견수렴은 차치하고 그 내용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채 단기간에 급조돼 모든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을 학교당국은 겸허히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본교의 교육미션(목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략적인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학교측의 입장은 확고하다. 최 총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평단사업은) 이미 처장ㆍ학장회의 및 이사회의 승인까지 난 사업인 만큼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고, 코어사업 및 프라임사업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사업이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연구가 원 기능이던 인문ㆍ사회과학, 순수ㆍ자연과학의 입지를 크게 좁히고, 직업훈련 과정으로서의 측면만을 강화한 것도 이런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는 취업률을 대학 재정지원사업 평가 지표에 넣고 고용의 책임을 대학에 지우며 대학의 자율성도 저해되고 있다”며 “학문ㆍ이론적 연구가 원래 기능이던 대학에 직업훈련 역할이 중심이던 전문대의 역할까지 맡기며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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