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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서희·연광철의 ‘귀한 발걸음’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양자택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유전과 환경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세상이 주목하는 천재로 두각을 나타나게 될 테니 말이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그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흙속에 파묻힌 진주로 썩을 수 있고,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일지라도 누군가의 발견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면 반짝 빛을 발할 수도 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지 않을까. 숨어있는 천재를 발견하는 일에 앞장서는 천재들이 있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30)는 지난달 22~24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세계적 발레콩쿠르인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AGP)’ 한국 예선을 유치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현역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비영리단체인 ‘서희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의 첫 프로젝트로 YAGP를 개최했다.


“은퇴 후가 아니라, 지금 발레계의 최전선에 있을 때 내가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서희는 시간을 쪼개 발로 뛰었다. ABT 수석무용수로서 시즌 7개 작품을 소화함과 동시에 재단 설립과 기금 마련에 나섰고, 덕분에 미국 각계각층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설치미술가 강익중은 자신의 자택을 기금 마련 경매 장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YAGP 한국 예선에 통과한 발레 영재들은 내년 뉴욕에서 열리는 YAGP 파이널라운드에 진출하며 세계 명문 발레학교의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서희 역시 2003년 한국인 최초로 YAGP 시니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지원을 발판 삼아 ABT 수석무용수 자리에 올랐기에, 기분 좋은 기시감으로 ‘제2의 서희’탄생을 예고한다.

세계 유명 오페라극장을 휩쓴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은 오는 8일~10일 재능문화센터와 재능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다. 그 역시 평소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해왔다. 1년에 300일 이상 해외에 체류 중인 그에게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후배들이 찾아오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독일서 열리는 ‘바이로이트페스티벌’에 한국 테너로는 처음 무대에 서는 김석철 역시 그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국내서 처음 마스터클래스를 갖게 된 연광철은 “다음 세대를 위해 현재 활동하는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동양인으로서 서양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과거를 되새기며,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마스터클래스 참가자들에게 기교를 넘어서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무르익은 예술가들이 막 싹이 튼 후배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려는 발걸음은 귀하다. 이러한 재능 기부 문화가 확산된다면 숨어있던 천재들이 당당히 기지개를 펴지 않을까.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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