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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지 1만부 시대…뭣이 바뀌었기에…
텍스트 탈피 화보 수준의 감각적 사진
판형·글꼴·디자인 다바꾼 전혀 다른 문예지
악스트·미스테리아 독자 매료
민음사도 대중문예지 ‘Littor’발간 예정
평론가·출판사·작가 연계된 시스템
독자 이탈도 문예지 변신에 한몫



“중독처럼 계속 읽게 된다” “전혀 잡지 같지 않은 잡지”“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 좋다” “모든 글들을 두근대면서 읽은 것은 정말 처음이다”

새로운 문예지를 표방한 ‘악스트(Axt)’와 ‘미스테리아’(MYSTERIA)에 쏟아진 독자들의 반응이다. ‘단군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계 속에서 드물게 신이 나 있는 동네가 이들이다. 기존 문예지 판형을 흔든 파격적인 사이즈와 아트 잡지를 떠올릴 만한 디자인, 서체, 편집 등으로 문예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두 잡지가 1년을 맞았다. 새로움과 낯섦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하고 이들은 초판 소진은 기본, 중쇄에 과월호를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시대의 감각에 맞는 편집과 디자인, 문단 중심에서 벗어난 독자의 감각에 맞춘 기획에 독자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문예지를 표방한 ‘악스트(Axt)’와 ‘미스테리아’(MYSTERIA)에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새로움과 낯섦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하고 이들은 초판 소진은 기본, 중쇄에 과월호를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악스트’, ‘미스테리아’ 성공의 비결은=은행나무 출판사가 펴내고 있는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Axt:Art+text)는 매호 7000부에서 1만부가 판매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서깊은 계간지 ‘창비’의 정기독자가 1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여기에는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한몫하고 있다. ‘악스트’는 일반 문예지와 달리 시나 평론이 없다. 소설이 주인공이다. 편집위원들도 소설가들이다. 기존의 문예지들이 평론가 중심이던 것과 다르다. 소설가가 소설가를 인터뷰하고 리뷰를 쓰기 때문에 쉽고 친근하다. 또 소설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실험적 형식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마당을 제공하고 있다.

‘악스트’의 새로움은 텍스트 중심의 기존 문예지와 달리 화보 수준의 감각적인 사진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있다. 특히 패션잡지를 방불케하는 표지인물과 다양한 포즈는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사진과 시, 영화와 문학, 자연과학과 문학의 결합 등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들의 트렌디한 감각에 호흡을 맞춰나가는 노력도 돋보인다.

문학동네가 지난해 6월 창간한 격월간지 ‘미스테리아’는 국내 첫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지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미스테리아’는 미스터리(mystery)와 히스테리아(hysteria)를 결합한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 양질의 칼럼과 미스터리 집중 기사, 국내외 내로라 하는 단편과 독보적인 인터뷰 등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문학소설 뿐만아니라 주변 분야, 즉 영화, 만화, 여행까지를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가령 1주년을 맞은 이번 호의 경우, 특집으로 80일간의 미스터리 세계일주를 꾸몄다. 대중문예지를 표방한 잡지 답게 디자인, 콘텐츠, 컬러, 제호, 글꼴, 레이아웃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꿨다할 정도로 문예지로는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미스테리아’의 성공은 무작위 대중을 겨냥하기 보다 타깃 독자의 폭을 확 줄여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게 주효했다. 1만2000원이란 가격저항이 초기에 제기됐으나 콘텐츠 만족도가 높아 불평은 사라졌다. ‘미스테리아’는 현재 정기구독자를 받고 있지 않지만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꾸준이 늘고 있어 이 문제를 내부 논의중이다.

▶민음사, 창비도 잇따라 대중문예지 출간=지난 40년간 발행해온 ‘세계의 문학’을 최근 폐간한 민음사는 다음달 1일 새 격월간 문예지 ‘릿터’를 창간한다. 시인, 소설가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기존 문예지와 달리 민음사 편집자가 제작 전 과정을 주도한다. 글만 빽빽한 기존 문예지 형식에서 벗어나 화보 등 비주얼 중심으로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릿터 역시 기존 문예지의 단행본 사이즈에서 벗어난 일반 패션잡지 사이즈 판형으로 제작된다. 릿터는 ‘문학’이라는 뜻의 ‘리트러처(literature)’의 어근(lit)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tor’을 붙인 ‘문학하는 사람’이라는 뜻. 전문적인 콘텐츠보다 최대한 대중적인 내용을 담는다는 방침이다.

창비 역시 변화된 환경에 맞춘 새로운 문예지를 올해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젊은 작가들이 놀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겠다는 게 당초 취지. 올 여름에는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형식과 내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왜 대중문예지인가=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문예지는 130여종에 이른다. 시 전문 문예지부터 종합문예지까지 다양한 문예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 굵직한 출판사들이 내는 문예지도 십수종에 이른다. 이런 문예지의 홍수 속에서도 한국문학은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해왔다.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지난 3, 4년간 얼굴을 내밀지 못하면서 ‘한국문학의 위기론’이 제기돼왔다. 지난해엔 ‘신경숙 표절 사태’로 한국문학은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문예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평론가와 출판사, 몇몇 작가가 연결된 문단 시스템에 독자들의 비난이 거셌다. ‘문학권력’이 우리 문학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일단의 평론가들의 문제제기도 나왔다. 이같은 상황이 지난 5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하기 직전까지의 상황이다.

출판사들의 고민은 위기론이 절정에 달한 지난해 여름 본격화됐다. 그동안 한국문학의 토양 역할을 해온 문예지의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차별화되지 않는 내용과 구성, 평론가 중심의 어려운 담론, 답답한 편집 등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문예지의 독자 이탈도 변신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계간지 ‘창비’의 경우, 80년대 정기구독자수는 2만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반토막 수준이다. 다른 문예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중문예지의 출현은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중들의 관심사와 감성에 맞춘 콘텐츠. 시대의 트렌디한 디자인은 불가피했다. 내용 못지 않게 어떤 그릇으로 담아내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대중문화와 문학의 경계가 흐려진 것도 변화에 반영됐다.

문예지 한 권의 제작비는 2000~3000만원정도. 많은 작가들의 원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고료 비중이 높다. 작가들은 문예지란 마당이 있어 보다 활발한 작품활동이 가능하다. 문예지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수록 우리 문학적 토양은 윤택하게 된다. 양질의 콘텐츠를 지닌 대중문예지의 출간이 반가운 이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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