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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타운 직권해제 ‘어찌하오리까’
서울시 28곳중 10곳 우선해제
45일간 주민대상 찬반조사
강남발 재건축 훈풍여파


서울시가 장기간 지체된 뉴타운ㆍ재개발 구역에 대해 시장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칼을 빼들었지만 해제 완료까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주민 반대와 함께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정비사업 추진에 쓴 비용 문제 등 ‘뒷처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시는 직권해제 대상 예정구역 28곳 가운데 토지 소유자 3분의 1이상이 해제를 요청한 지역 10곳을 직권해제 대상구역으로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추진위, 조합 운영상 사실상 중단 2개 구역 ▷행위제한 해제 또는 기한 만료 2개 구역 ▷일몰기한 경과된 13개 구역 ▷고도지구 포함, 단계별 사업지연 1개 구역 등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동작구 신길뉴타운 내 5, 9, 14구역은 이주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재건축ㆍ재개발 투자 붐이 조성돼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미 해제된 지역에선 질시 어린 시선도 엿보인다. [제공=서울시]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한 10곳은 역촌2, 구산1, 쌍문2, 종암3, 개봉4 등 재건축 추진 지역과 신길1ㆍ6, 장위8ㆍ9ㆍ11 등 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 내 일부 구역이다. 10곳은 추진위 승인 또는 조합 설립일로부터 기한내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지 않아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관할구청은 이들 구역에 대해 45일 간 주민 대상 찬반 의견조사를 묻는다. 참여율 75% 이상이 되지 않으면 15일 연장해 조사한다. 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과반이 되지 않으면 해제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정비사업 재추진이 예상된다. 영등포구 신길6구역은 재추진 쪽으로 기울어졌다. 강남발 재건축 훈풍이 신길뉴타운으로 넘어오면서 일대 개발 분위기가 달라져서다.

26일 신길뉴타운 내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내년 봄에 입주하는 7구역(래미안 에스티움 1722가구), 올 연말 일반분양 예정인 5구역(SK뷰 1546가구)뿐 아니라 이주가 시작된 9구역(힐스테이트, 1464가구), 14구역(신길아이파크, 612가구) 등에 투자금이 몰려 노후 단독ㆍ다가구ㆍ다세대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내 5, 9, 14구역은 이주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재건축ㆍ재개발 투자 붐이 조성돼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미 해제된 지역에선 질시 어린 시선도 엿보인다. [제공=서울시]

직권해제 대상지인 6구역은 보라매역 초역세권이어서 사업성이 좋다는 게 현지 중개소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라매역은 서울대입구역에서부터 여의도 샛강역을 잇는 신림경전철이 통과할 예정으로 교통호재까지 있다. 한 공인중개소는 “2, 4구역 등 2014년에 이미 해제된 지역 주민들도 후회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6구역 추진위의 박영모 위원장 직무대행은 “4~5년 전에는 사업 추진이 힘들었는데, 인근 7구역은 웃돈까지 붙어서 분위기가 완전히 좋아졌다”며 “토지 소유자가 290명뿐이며, 두달 전 감정평가를 실시한 결과 3.3㎡ 당 평균 1700만원으로 권리가액이 올라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의 8ㆍ9ㆍ11구역은 녹록지 않은 매몰비용이 추후 시와 주민간의 갈등으로 번질 불씨다. 9구역 조합은 2008년 설립돼 가장 오래됐고, 8ㆍ11구역 조합은 설립한 지 6년 됐다. 시공사까지 선정해 둔 곳은 건설사의 손해를 포함해 조합이 쓴 비용이 상당하다. 9구역 시공사는 대림산업, 11구역 시공사는 삼성물산ㆍ롯데건설 컨소시엄이다.

정광렬 9구역 조합장은 “그동안 약 50억원을 썼는데, 서울시 사용비용검증위원회는 사업비만 인정하고 조합 사무실의 급여항목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시는 조합이 사용한 비용을 사용비용검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결정한 금액의 70% 이내에서 보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검증위 검증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중이다.

시는 매몰비용이 추진위 단계에선 평균 4억원, 조합 단계에선 평균 40억~50억 가량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10곳 전체로는 200억~300억원 가량이다. 검증위의 검증 절차를 거쳐 이 금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건설사가 조합에 빌려준 돈을 포기할 경우 법인세 22%를 감면해준다.

이번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18곳도 시와 갈등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자연경관지구ㆍ최고고도지구ㆍ문화재보호구역ㆍ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등에선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장 직권으로 해제가 가능해, 이들 지역에선 주민과의 갈등 봉합이 숙제다. 해제 지역의 슬럼화 방지책, 주거환경 개선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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