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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각파도’ 맞은 박근혜 정부] 동시다발 악재…숭숭뚫린 黨·政·靑…화살은 청와대로
최경환·윤상현 공천 관련 녹취록 파문
사드 국론 분열…정부 관료는 “개·돼지”
우병우 수석 부동산 매매 의혹에 난타
與 중진의원 “벌써부터 정권말기 현상”



“벌써부터 정권 말기 현상이다”.

최경환ㆍ윤상현 등 이른바 새누리당 ‘친박 핵심’ 의원들의 공천 개입 정황 녹취록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 수석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자 18일 한 여당 중진 의원이 한 말이다. 이날 여의도 정가에선 하루 종일 각종 음모론과 작전설이 떠돌았다. ‘누가 누구의 의혹을 폭로ㆍ제보했다더라’, ‘어디서 기획한 사건이라더라’ 등이 주(主) 내용이다. 현 정부는 힘이 빠지고, 차기 구도는 아직 안갯속인 상황에서 권력형 비리와 전횡, 공직 기강 해이, 그리고 경쟁하는 정치세력 및 권력기관끼리의 암투가 전면화하고 있다는 것이 ‘정권말기론’의 핵심이다. 

여당 내에선 박근혜 정부의 ‘인적 동력’이었던 친박계가 두 핵심 인사인 최경환ㆍ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정황 녹취록 파문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청와대에선 인사와 정보를 좌우하며 최고 실세로 꼽히던 우 수석의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은 “졸속”이라는 비판 속에 국론 분열의 진원지가 됐다. 공직자 기강이 풀릴대로 풀린 모습도 잇따라 드러났다. 윤병세 외무부 장관은 사드 배치 발표 시각에 강남의 백화점에 있었고, 박 대통령이 몽골 방문으로 청와대를 비운 사이 최고 통치권자 역할을 대신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과의 대치로 6시간 30분 동안 차 안에 갇혀 있었다. “민중의 개ㆍ돼지”라는 교육부 고위 관료,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친 정부출연연구소 고위 간부도 있었다.

문제는 ‘총체적 난국’을 빚은 책임의 화살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최경환ㆍ윤상현 의원은 지난 1월말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에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거론하며 출마 지역구를 변경해줄 것을 회유ㆍ협박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이 예비후보는 원래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다른 곳으로 바꿔 출마, 경선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친박계의 입지가 뿌리채 흔들리며 와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선 임기 후반 정책 추진의 동력과 여소야대에서의 엄호세력을 잃게 된다. 비박계 당대표 후보인 김용태 의원은 19일 “이번 공천에 개입했는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하셔야 한다”며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의 뇌물 주식 수수 의혹으로 현역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우 수석의 처가가 진 검사장의 소개로 넥슨에 거액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넥슨은 손실을 감수하고 이를 사들였다는 의혹도 18~19일 잇따라 터져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권력의 정점에서 인사ㆍ사정 등 모든 권력을 전횡했다”며 “정부 권력기관 도처에 널려 있는 ‘우병우 사단’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전면 개각을 요구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도 박근혜 정부를 흔들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졸속 결정발표와 경북 성주 배치에 비판이 거세다. 여당과 정부는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에 외부 세력 개입 엄단” “전자파 안전성 입증”으로 맞서고 있지만 핵심을 비껴간 대처라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심장부인 대구ㆍ경북(TK)에서의 민심 이반이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한 분위기다. 한 여권 인사는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악재가 너무 이르게,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후계자를 키워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이를 봉쇄한 것이 오히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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