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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공급률 분쟁]360원에 웃고 우는 출판시장
지난 8일 문학동네가 문학책의 기존 도매 공급률을 60%에서 63%로 올리는 인상안을 발표하자 서점연합회가 문학동네의 ‘일방적 도매 공급률 결정’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책 공급률을 둘러싼 분쟁이 출판계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책 공급률 분쟁은 이미 예고돼 왔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준 반면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 공급률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진작에 출판계에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의 경제학=독자가 산 1만원 정가의 책에는 어떤 비용이 들어있을까. 우선 저자에게 주는 인세10%(1000원)가 포함돼 있다. 외국서적의 경우 10%+알파가 들어간다. 또 편집ㆍ디자인비 2000원, 종이ㆍ 인쇄ㆍ 제본 등 제작비 2500~3000원, 판매ㆍ관리비 2000원이 든다. 1만원 중 책 제작을 위해 들어가는 순비용이 5500~6000원이다. 출판사가 2000권을 인쇄하면 모두 1200만원의 순수제작비가 든다.

이렇게 나온 책을 서점에 주는 정가 대비 비율이 책공급률이다. 출판사가 책을 60%에 공급한다는 건, 1만원 정가의 책을 6000원에 서점에 준다는 얘기다. 서점에 준 6000원짜리 책을 2000권 모두 팔아야 순수제작비를 맞출 수 있다. 출판사가 수익이 나려면 책이 잘 나가 재판을 거듭해 제작비용이 낮아지거나 공급률이 오르면 된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사들의 초판 부수는 평균 1500부도 안된다. 책이 안팔리기 때문이다. 책 공급률 인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온라인ㆍ 대형서점의 책 공급률이 할인 폭이 컸던 도서정가제 이전에 맞춰져 있어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출판사와 서점간 책공급률은 저마다 다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문학동네는 문학책의 경우 지금까지 온라인 서점에 65%, 도매서점에 60%에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온라인ㆍ대형 서점에는 68.5%, 도매서점에는 63%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서점의 반발, 책 공급률의 딜레마=문학동네의 인상안에 서점연합회는 즉각 반발했다. 도서정가제 취지 중 하나가 동네서점을 살려 건전한 출판생태계를 만들자는건데 이번 인상안은 동네서점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문학동네가 문학책 도매 공급률을 60%에서 63%로 인상할 경우, 동네서점들은 도매상을 통해 책을 최대 73%에 가져가게 된다. 즉 1만2000원 단행본의 경우 8760원을 주고 받아와 독자에게 팔게 된다. 종래보다 360원을 더 주고 받아오는 것이다.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문학동네는 온라인서점의 공급률 인상안도 내놨다. 65%에서 68.5%로 올리는 안을 놓고 협상중이다.

그렇다면 서점연합회가 주장하듯 대형ㆍ온라인서점만 올리고 중소서점은 그대로 두면 안되는 걸까. 여기에 출판사 책 공급률의 딜레마가 있다.

온라인 서점 공급률을 올리고 도매서점을 그대로 둘 경우 도매서점은 기존대로 60%의 공급률을 적용받아 동네서점에게는 최대 70%에 책을 공급하게 된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인상안대로 68.5%에 공급한다고 할 때 온라인 서점은 굳이 출판사와 직거래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대량구매를 조건으로 도매상으로부터 출판사의 공급률인 68% 이하로 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출판사는 오히려 판로 한 쪽이 막히고 책 공급률이 60%로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학동네가 도매 공급률을 올리지 않고는 온라인서점 공급률을 올릴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문학동네는 중소서점들의 어려움을 감안, 직거래를 원할 경우 온라인 서점과 같은 68%에 공급하겠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독자에겐 어떤 영향=책 공급률은 독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도서정가제 이후 독자의 이탈에는 할인의 혜택이 줄면서 실제 구매 책값이 비싸진 탓도 있다. 출판사들의 구간 재정가 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책 공급률은 그대로인데 책값만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급률 조정을 통해 출판사에게 이익이 돌아가면 신간 뿐 아니라 구간의 가격을 낮춰 독자도 몇푼이라도 싸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는 더 싼 곳을 찾게 마련. 최근 중고서점의 흥행 뒤에는 이런 어두운 현실이 있다. 중고서점은 출판사에게 이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시장이다. 따라서 출판사는 다음 책을 기획하고 출간할 여력이 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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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해법은?=서점연합회는 도서정가제 개정 시행 취지에 맞게 소매상들에 대한 차별적 공급 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서 할인율이 낮아진 만큼 온라인 대형서점의 공급률은 높이고, 상대적으로 높았던 중소서점의 공급률은 낮춰 ‘적정 공급률’을 책정하라는 것이다. 사실 동네서점은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경영난을 피할 수 없다. 현 공급률 상태로 정가의 70%에 책을 가져올 경우, 30% 마진에서 책값 할인 10~15%와 임대료, 각종 운영비, 카드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인건비도 안나오는 구조다. 중소서점들은 현 상태에서는 매출의 1% 마진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런 상태에서 책 공급률 3% 인상은 날벼락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출판사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도 없다. 출판사는 적정가격을 받아야 다음 책을 기획할 수 있다. 출판계는 생존선이 공급률 60%라고 말한다.

한 출판사 대표는 그럼에도 이번 문학동네의 동네서점 공급률 인상은 실익이나 동네서점 보호라는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온라인서점만 인상한다고 해도 문학동네가 우려한대로 도매상으로의 이동이 사실상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학동네의 인상안 발표를 계기로 개별 출판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이후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현안들을 종합 점검, 출판계 어려움을 해소할 정부의 종합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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