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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연기경력 400년 ‘연극계 어벤저스’가 뭉치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연기란 이런 것’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명배우들의 총출동으로 화제를 모았다. 20~30대 미남미녀 스타들이 출연해야 대박을 친다는 드라마에서 60~70대 노배우들은 조명받지 못했다. 그런데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등 다수의 인기작을 써낸 노희경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신구, 주현 등 머리가 희끗한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인공의 부모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역으로 주변에 등장했던 노배우들은 핵심 역할을 맡으면서 ‘인생 연기’를 펼쳤다. 그 덕분인지 ‘디어 마이 프렌즈’는 대중의 주목을 끈 것은 물론 높은 작품성으로 박수까지 받으며 퇴장했다. 


젊은 배우들이 주류를 이룬 공연계에서도 나이든 배우들의 설 자리가 조금씩 좁아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중견,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상반기 중견연극인 창작집단이 김지숙, 기주봉 주연의 ‘바냐 아저씨’를 선보였고 윤석화, 주호성, 임동진은 각각 모노드라마로 오랜 연기 경력의 내공을 뽐냈다. 지난달에는 연극 한 길만 보고 걸어온 오태석, 김정옥, 하유상, 천승세를 중심으로 한 ‘원로연극제’가 무대에 올랐다.

7월에도 은빛 기운이 이어지는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연기 인생 총 400년에 달하는 ‘연극계 어벤저스’가 뭉쳐 12일부터 선보이는 ‘햄릿’이다. 故이해랑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배우 유인촌, 윤석화, 정동환, 손숙, 박정자, 전무송, 김성녀, 한명구, 손봉숙이 한 무대에 오른다. 한 사람씩만 무대에 올라도 꽉 차게 느껴질 만큼 아우라를 풍기는 연기의 대가 9명이 총 27회 공연동안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더군다나 이들이 택한 작품은 연극사의 거장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다. 유인촌의 햄릿, 윤석화의 오필리어, 손숙의 커트루드 등 색채가 뚜렷한 캐릭터가 강렬한 에너지의 배우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존재감으로 진정한 배우의 예술인 ‘연극’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과 14일 연달아 개막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원로배우 박근형, 윤소정을 원 톱으로 세운 연극이다. 국립극단은 “극단이 표방하는 ‘배우 중심’의 연극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으로 노령화, 치매, 빈 둥지 증후군, 우울증 등 우리사회 노년 계층이 겪고 있는 아픔을 치밀한 심리극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판 배우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왕성해진다는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고 있다.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은 아닐지라도 노련하고 깊이 있는 이들의 연기는 관객에게 ‘연극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지 않을까.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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