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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메인>통상마찰, M&A로 입지 좁아지는 韓철강업체, 생존전략은?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한 M&A(인수합병)를 단행하면서, 한국 철강업계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방법론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 일본처럼 M&A를 통한 몸집불리기부터 사업 구조 자체를 고부가가치 쪽으로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5년내 다가올 위기에 선제적 대응=정부도 철강 구조조정의 방향을 놓고 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협회에 ‘구조조정 보고서’ 작성을 요구한 상태로, 철강협회는 7월말께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업계의 실상이 반영된 보고서를 토대로 철강 구조조정의 로드맵을 짜고 정책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국내 철강 구조조정은 앞으로 닥칠 최악의 위기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이 바오산 강철과 우한 강철을 합병하는 등 정부주도의 철강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철강생산 능력을 4500만톤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송재빈 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비올 때 집을 고치려면 힘들다. 비오기 전 햇볕 쨍쨍할 때 꼼꼼하게 집을 고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은)지금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분다고 비가 새는 건 아니지만 폭우가 쏟아지면 비가 샐 수 있으니 미리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강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발(發) 구조조정은 감산뿐만 아니라 저가철강재 위주에서 고부가가치강을 늘리는 등 사업 재편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위협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면 향후 5년 내 국내 철강업체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조건적인 M&A가 답은 아냐=그렇다면 문제는 구조조정의 방법론이다. 일각에선 최근 중국이나 일본 철강업체들이 몸집을 불리는 것처럼 한국도 M&A에 가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M&A는 큰 업체가 아닌 중소업체들끼리의 인수합병에 해당되는 얘기다. 이미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국내 철강산업은 1차로 인수 합병 등을 통한 시장 재편이 이뤄진 상태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의 방법론으로 인수합병론을 거론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거대한 독점 업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며 “현재 철강업의 위기는 국내 공급과잉이 아닌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로 본질을 제대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이 반드시 성공적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2006년 아르셀로사(社)와 미탈사(社)의 공격적 M&A를 통해 ‘공룡 철강사’로 부상했지만, 합병 후 10년간 실적을 보면 2008년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2년 이후 4년 연속 순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015년에만 79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탈사는 1위 철강사가 세계 조강생산 10%를 점유하면 가격 통제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아르셀로와 합병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합병”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를 보면, 합병이 이뤄진다고 해도 중소형 업체들을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1위인 포스코는 갖고 있던 계열사도 매각하는 등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고,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주력 생산을 목표로 이미 지난해 현대하이스코와 합병을 마무리한 상태다.

▶고부가가치 수익구조로 재편 시급=업계는 최대한 선제적,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권오준 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46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데 이어, 올 한해 총 54건의 매각을 목표로 몸집줄이기에 한창이다. 아울러 자동차 강판이나 전기 강판 등 WP(월드프리미엄)제품의 판매 확대와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고객사와의 접점 확대를 통한 사업안정성 강화에 방점을 찍어왔다. 2013년 905만3000톤이었던 고부가가치강은 2014년 1020만8000톤, 2015년 1270만8000톤까지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판매 목표는 1596만8000톤으로, 전체 제품 판매의 48.5%에 해당되는 목표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면서 탄탄한 해외 영업망을 확보하는 등 자동차 강판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다. 이는 모기업인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사업 재편이기도 하다. 동국제강도 2015년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한데 이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하는 등 뼈를깎는 구조조정을 벌였다. 동국제강만의 강점인 컬러강판과 코일철근 등 차별화를 통한 사업구조로 재편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중소 철강업체들의 생존전략이다. 정부도 8월13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시행으로 업계의 M&A가 보다 수월해지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그나마 원샷법의 시행으로 그동안 인수 업체가 없어 방치상태였던 동부제철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이미 자발적인 구조조정으로 어느정도 사업군이 정리가 된 상태”라며 “원샷법 시행으로 가속화될 M&A의 경우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 위주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조정을 전제로한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철강산업의 생존을 위해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재편이 화두”라며 “그동안 저부가가치강을 생산해온 중소철강업체들의 M&A 등을 통한 구조조정 여파를 감안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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