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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가자…집안을 점령한 녹색바람, 왜?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회사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 정하림(28)씨는 얼마 전부터 집 안에서 허브와 꽃 등 ‘반려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한두 종류 기르는 정도로 시작했던 반려식물은 어느새 십여종류로 늘어 집 한 귀퉁이를 채우게 됐다. 정씨는 “친구들에게 ‘꼬물이들’이 귀엽지 않냐고 물을 때마다 타박을 받곤 하지만, 물을 주고 보는 것만으로도 꼬물이들에게 힐링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관상 보기 좋다는 이유로, 혹은 건강상의 이유로 키우던 식물이 어느새 ‘킨포크 족’, ‘반려식물’, ‘DIY 족’ 등의 개념을 낳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성장했다. 사소하게는 밥상 위부터 넓게는 생활 공간과 패턴까지, ‘녹색 바람’이 집안을 온통 점령하고 있다.

 
미관상 보기 좋다는 이유로, 혹은 건강상의 이유로 키우던 식물이 어느새 ‘킨포크 족’, ‘반려식물’, ‘DIY 족’ 등의 개념을 낳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성장했다. 사진은 직장인 정하림(28)씨가 얼마 전부터 집 안에서 기르기 시작했다는 허브와 꽃 등 ‘반려식물’. [사진=본인제공]

4일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약 한달간 원예용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게는 10% 안팎, 많게는 100% 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이 ‘도자기 화분/수반’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11% 올랐고, ‘베란다텃밭세트’ 매출도 69% 상승했다. 삽/호미, 전지가위 등 원예도구도 각 46%, 39% 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화분진열대, 이름표/가든픽 등 원예장식 상품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7%, 12%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에서도 공기정화식물, 화훼류, 화분, 씨앗 등 홈가드닝 상품 매출이 매년 전년 대비 10% 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이마트는 물조리개, 고급상토, 직가위 등 채소 재배에 필요한 준전문가 수준의 공구세트 품목을 최근 200여개 품목에서 270여개까지 늘렸다.

G마켓 관계자는 “최근 인테리어 효과뿐 아니라 힐링, 공기정화 등의 이유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관련 품목도 덩달아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데 하나의 상품으로 옥상, 베란다 등에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세트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원예관련 용품 매출 신장은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하긴 어렵다. 집안을 훈훈하게 맴도는 녹색 바람은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에 상륙한 ‘킨포크’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킨포크는 미국 포틀랜드에서 출간된 라이프스타일 계간지이지만, 현재 킨포크라는 단어가 차지하고 있는 의미는 잡지 이상이다.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고, 수제 맥주만 마시며,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들로 식사를 즐기는 포틀랜드 주민들처럼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회 현상’을 일컫는다. 집에서 채소를 재배해 먹는 ‘키드닝(키친과 가드닝의 합성어)’, 식물을 반려동물처럼 키운다는 개념의 ‘반려식물’ 등도 킨포크 이후 등장한 유사 현상들이다.

2016년 인테리어 트렌드에 목재의 결을 그대로 살린 은은한 ‘자연주의 콘셉트’와 이국적인 열대 야자수가 가득한 ‘트로피칼 콘셉트’ 등이 꼽힌 것이나, 홈 인테리어의 한 축에 DIY(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가 급부상한 것도 킨포크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인터파크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등과 맞물리며 올 상반기 DIY 가구 매출이 전년 대비 20% 신장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연에 대한 관심이 각박한 사회 속에서 힐링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 동안 산업 발전만 추구해오던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고도화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내버리려 했던 자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것 같다”면서 “현대 도시 사회가 워낙 각박해져, 휴식이나 치유가 유행하며 다시 자연의 넉넉하고 편안한 부분들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문제와 심화되는 개인주의, 책임에 대해 가벼워지고 싶은 심리도 녹색 바람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 하 평론가는 “예전에는 반려견을 그냥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게 당연했지만, 요즘엔 웬만큼 여유가 있지 않으면 키우기 어렵다보니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식물을 키우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외로움, 내지는 고립감을 자연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 씨앗/모종/묘목 등

베란다텃밭세트 69%

꽃씨앗 13%

숯 20%

조경수/관상수묘목 27%



* 원예장식

실내조경/가든소품 58%

화분진열대 7%

도자기 화분/수반 111%

이름표/가든픽 12%

플라스틱 화분 34%



* 원예도구

물조리개 20%

삽/호미 46%

전지가위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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