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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담공화국의 민낯 ①] ‘이건희 사망설’에서 ‘송중기ㆍ박보검 루머’까지…자꾸 왜?
-악성루머에 증권시장 요동ㆍ한류스타 강경대응 선언

-전문가들 “죄의식 약하고 과시 심리…근절 안되는 원인”

-민사소송에서 배상 강화, 사회적 배려 확산 등 해법 제기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 기자] #1. 6월 30일. 낮 12시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3시 발표 예정. 엠바고”라는 내용의 ‘찌라시’(사설정보)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짧막한 내용 하나 때문에 삼성물산과 삼성SDS,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주가가 3~7% 급등하는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요동쳤다.

소문이 확산되자 삼성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이 회장 사망설을 일축했고,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건에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2. 7월 1일. 배우 송중기 씨와 박보검 씨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 박유천 씨 사건 당시 동석했다는) 두 사람 관련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며 “최초 유포자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루머가 마치 사실처럼 방송까지 나오니까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더이상 루머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정체불명의 괴담성 유언비어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증권시장을 한 순간에 뒤흔들거나 인기 한류스타들의 명예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만큼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악성 정보 유포 관련 이미지. [사진=123RF]

이 루머와 관련해 전날 TV조선 프로그램 ‘강적들’에서 시사평론가인 이봉규 교수가 “사건 당일 그가 간 룸살롱에 어마어마한 한류스타가 동석했다”며 두 사람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논란을 더 키운 바 있다. 한편 사건 당일 송 씨와 박 씨는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체불명의 괴담성 유언비어가 대한민국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악성 루머는 효과는 단순히 ‘입소문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 사례처럼 증권시장을 한 순간에 뒤흔들거나 인기 한류스타들의 명예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만큼 파급력이 커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같은 공인 뿐 아니라 기업인이나 일반인까지 루머의 표적이 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다른 문제는 일반 누리꾼이나 SNS 이용자들이 ‘루머의 진위’ 여부를 곰곰이 생각하기 보다는 잠깐 즐기고 소비한 뒤 금방 또다른 루머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십거리로 전락한 루머 피해자들은 명예 회복에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루머 유포에 대해 ‘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는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SNS 이용자들은 허위사실 유포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미로 삼고 있다”며 “제도권 언론보다 루머글이나 영상을 먼저 봤다는 만족감 뿐 아니라 이를 퍼뜨려 정보력을 과시한다는 심리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또 통신장비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루머 전달 과정이 복잡해짐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2명 중 1명은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나마도 몇백만원 수준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괴담공화국’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행법상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루머 유포나 명예훼손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되고 있다. 유포된 내용이 거짓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설사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의 판결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배우 이영애 씨 부부의 악성 루머를 인터넷에 올린 회사원은 벌금 80만원에 그쳤고, 여배우 김정민 씨를 사칭한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30대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 사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슈 토론공간인 ‘네이트Q’에서 ‘인터넷 혐오ㆍ비하 표현 형사처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결과, 전체 참여 8609표 가운데 약 87%(7529표)가 ‘심각한 간접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찬성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탁경국 변호사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명예훼손에 대해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높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충분한 구제를 받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민사소송에서 충분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형사 고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무조건 중하게 처벌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처벌 강화보다는 ‘악성루머를 전파하는 것이 범죄이고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회적 차원의 배려와 인식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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