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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덴마크처럼…“정치가 먼저 개혁나설때 가장 큰 효과”
강대국 日·러시아·스웨덴등 역사 연구
“외교력·富·복지가 좋은국가 조건”역설
국가개혁 필요한 한국정치 현실에 일침
세계적 정치학자 최연혁의 ‘국가성공론’



영국민들이 EU 탈퇴, 브렉시트를 선택한 일이 광범위하고 다층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뿐만아니라 고립주의, 국가주의에 불을 댕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는 느슨했던 국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이민자의 유입과 빈번한 테러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국가의 가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전까지 국가에 대한 기대는 물가를 잡고 소비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국민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잘 펴는 것으로 만족했다.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있는 탐색을 해온 최연혁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저서 ‘좋은 국가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특히 파리 테러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지난 26년간 일어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이 ”세계질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면서 그동안 잊혔던 국가의 중요성, 좋은 정부의 필요성에 다시 눈뜨게“했다는 것이다.

즉 1989년 베를린방벽 붕괴가 이데올로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면, 2001년 9ㆍ11테러, 2015년 파리테러는 종교 ㆍ문화적 세계질서의 틀을 회교와 반회교 구도로 바꿔놓았다. 종교와 문화, 전통이 정치에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폭력, 살인, 자살폭탄테러 등은 국가 존재의 최소 요건인 질서, 안전, 생명, 재산 보호 등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더이상 정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과 좌절감은 아랍권과 아프리카에서 국민 탈출로 이어지고 있다. 좋은 국가는 대내외적 갈등과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지만 나쁜 국가의 경우 여지없이 국민은 등을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국가와 정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저자는 우선 잘되는 국가,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국가의 기본 조건을 하나하나 꼽아간다. 정통성을 지닌 국가, 국민과의 설득과 동의를 바탕으로 한 선거로 교감을 거친 국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책임정치가 가능한 국가, 통합의 정치를 펼치는 국가, 균형적인 분배가 이루어지는 국가 등이다.

저자는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는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9개국이 어떻게 힘있는 국가가 됐는지 역사를 살펴보며 좋은 국가란 무엇이고 좋은 국가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색한다. 좋은 국가가 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는 외국의 침략을 물리치고 스스로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저자의 견해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교력이다. 가령 이토 히로부미는 외교사절단의 일원으로 강대국들을 누비며 친교를 맺고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냈는데 그의 노련한 외교술 덕에 일본은 열강의 침략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래의 국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기술한 부분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선진각국을 누비며 뛰어난 기술을 흡수하고 교분을 쌓아 후일 러시아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러시아 표트르 대제도 한 예다.

또한 좋은 국가는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복지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흔히 복지와 경제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여기지만 저자는 “이 두가지는 어느 하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머지 한 가지 마저 제 기능을 잃는,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웨덴의 예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스웨덴의 집권당인 사민당은 1932년 노조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정권을 잡았지만 노사갈등으로 인한 총파업 직장폐쇄가 이어지면서 경제가 파탄났다. 그러자 사민당은 노조를 압박, “기업이 없으면 국가 경제가 없고 일자리도 없어진다”고 밀어붙였다. 기업에도 “노조와 기싸움하지 말고 타협에 임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가 나서서 직장폐쇄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그 결과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을 이끌어냈고 이후 노사평화, 경제성장, 복지제도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어느 한 가지를 뜯어 고친다고 곧 바로 좋은 국가가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의 각 분야가 동시다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런 고민 없이 등장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근시안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변화다.

“정치인들이 깨어 있다면 정치 제도 개혁도 함께 시작해 볼 일이다. 정치 제도 개혁은 정치인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언젠가 국민들이 하게 되어 있다, 프랑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미국, 스웨덴, 덴마크 같이 정치인들이 먼저 개혁을 시작한 경우, 국가적 시너지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게 저자의 연구결과다. 국민이 주도하는 개혁은 갈등을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미래의 국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기술한 부분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안전과 국방, 이데올로기 교육, 의원내각제 등과 관련, 치우침 없는 저자의 객관적 관점의 논지는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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