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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년후견인 시행 3년 ①] 급증하는 성년후견인…2024년 5만명 육박
-올들어 월평균 219건 후견인 지정…피후견인 나이 절반이상 60세 이상 노인

-성년 후견인 신청 이유, 주로 ‘재산’ 문제…재산 많을 수록 형제간 다툼 많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질병, 장애, 노령 등에 따라 발생하는 치매 등 정신적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적 대리를 하게 하는 ‘성년후견인제도’가 1일로 시행 3년째를 맞았다. 종전의 금치산 한정치산제도를 대체한 것으로, 재산관리 뿐 아니라 치료, 요양 등 폭넓은 보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성년후견인제도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화두에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롯데그룹 신격호(95)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9) 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년후견인제가 익숙한 단어가 됐다.

성년후견인제도가 시행 3년을 맞았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후견인 지정 신청건수는 올 상반기 월평균 219건이나 된다. 시행 초기인 2013년 하반기 월평균(84건) 보다 2.5배나 많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법원이 관리 감독하는 후견 사건은 올해 4821건에서 2018년 1만75건, 2024년에는 4만8811건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성년 후견인 지정 신청은 절반 이상이 재산과 연관돼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가족 간 재산 분할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성년 후견인 신청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김성우 판사가 후견인이 선임된 1000여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후견인을 신청하는 사람은 자녀(38.0%)와 배우자(21.3%)가 가장 많았다. 후견인 신청 이유는 신 총괄회장처럼 주로(67%) 치매와 뇌병변 때문이었다. 부모(16.4%)가 신청한 경우는 주로 피후견인이 발달장애를 앓는 경우였다. 피후견인의 나이는 60세 이상이 51.1%로 가장 많았다. 남녀 비율은 남성이 56.2%로 여성보다 조금 높았다.

후견인 신청 이유는 부동산 관리 및 처분(32.2%), 예금 관리(15.2%), 보험금 수령(10.8%) 등의 제약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이나 친족이 병원비 등을 마련하려고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할 때 법적 대리를 맡는 후견인이 없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후견인 지정 과정에서 고소, 고발 등 다툼이 벌어진 경우는 78건(약 8%) 정도였다. 자녀들 사이의 다툼이 64.1%로 가장 많았고, 자녀와 배우자간 다툼(12.8%)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다툼의 대부분(69.2%)은 재산 때문에 벌어졌다. 재산이 많을수록 다툼은 잦았다.

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은 친족(84.6%)이 가장 많았고, 시민(공공) 후견인(8.9%), 전문가(3.1%)가 그 뒤를 따랐다.

다툼이 있을 경우 전문가가 후견인이 된 경우는 절반 이상(56.4%)이었다. 전문가의 직업은 변호사(48.3%) 법무사(25.0%) 사회복지사(15.0%) 법무사단체(6.7%) 순이었다.

김성우 판사는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며 “피후견인에게 가장 적합한 후견유형을 선택해 적정한 후견인을 선임하고, 법원을 비롯한 감독기관의 지속적인 개입과 감독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발전의 필수요소”라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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