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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의료사고에 관행적인 병원책임 ‘3분의2’ 적용은 부당
-‘의료행위 특성상 불기피한 상황’ 고려해 병원책임 줄여주던 관행에 제동

-“병원 과실 100%인 의료사고라면 100% 병원 책임 물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의료사고에 대해 병원의 책임이 100%라면, 이에 대한 책임도 100%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행위 특성상 수반되는 불기피한 위험 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3분의2의 책임만 병원에 부과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하도록 해온 데 대해 제동을 거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는 양악수술을 받은 후 호흡장애로 전신마비 상태에 빠진 이모(30) 씨와 이 씨 가족이 D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씨는 2010년 12월 2일 오후 양악수술을 받은 후 호흡곤란 및 수면의 어려움을 겪었다. 병원은 산소 포화도를 확인하지 않고 코 기관 튜브를 통해 자가 호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병실도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 두고 경과를 관찰했다. 이 씨는 계속 불편함을 호소했고, 다음날 새벽 호흡 부전이 발생했다. 새벽 응급처치 했으나 반응이 없자, 인공호흡기를 사용했고,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자발적 호흡이 없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을 하고 있다.

이 씨는 결국 호흡 곤란으로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뇌손상을 입었고 전신 마비상태에 빠졌다. 이 씨 가족들은 이에 향후 필요한 병원비 등을 고려 18억3600만원을 배상하라며 D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병원의 책임을 80%로 제한하고 이 씨에겐 1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감의 주된 원인이 호흡곤란인지, 수술 후 통증으로 인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에 따라 병원의 책임 범위를 80%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2심에선 병원의 책임을 3분의2로 더 낮춰 10억5000여만원만 배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고인 이 씨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가 아니라 의료행위의 특성상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 등 공평의 원칙을 근거로 한 책임의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의료 과오사건에서 행해지는 책임 제한비율을 고려할 때, 제1심이 병원의 책임 비율을 80%로 정한 것은 과다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고는 병원 측이 수술 후 경과 관찰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고 전제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과실이 없는 사건에서 의료행위의 특성상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 등을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려면 그 이유에 대한 더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통상 의료과오사건에서 행해지는 책임제한 비율 3분의2라는 것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병원 의료진이 의료행위 특성상 어떤 사고 위험을 겪게 되며, 이를 회피할 방법은 무엇인지, 병원이 그런 방법을 충분히 이행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본 후, 과실에 대한 책임 제한 범위를 정하라는 취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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