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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의 알쏭달쏭 의료상식⑮] 초6년생 딸, 자궁경부암 백신 맞아야 하나요?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암(癌)을 예방하는 유일한 백신으로 알려진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이번달 20일부터 만12세 이상 여성청소년을 대상(2003년 1월 1일~2004년 12월 31일 출생한 여성 청소년)으로 일선 참여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무료접종을 시작했다. 


지난 20일 ‘가다실’(한국MSD)에 이어 27일 ‘서바릭스’(GSK 글락소 스미스클라인)까지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선정되어 2가지 백신의 접종이 가능해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 시행 첫 주에 8507여명이 예방접종을 마쳤고 이상반응 발생 신고는 없었다고 28일 밝혔다.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지속적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53만여명명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2분마다 1명씩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매년 3600여명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하루에 2.6명이 이 암으로 사망한다.

정부가 이번에 159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필수접종항목에 포함시킨 것은 그만큼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한 질병부담이 높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의료정책포럼 연구에 따르면 구강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등 HPV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3600억원에 달했으며, 그 중 자궁경부암(93%)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번 국가차원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지원으로 그간 전액 본인이 지불해야했던 6개월간 3회에 걸친 접종비 부담이(1회 접종에 약 15~18만원으로 )사라져 개개인의 암 예방 효과는 물론 사회전체의 질병부담(암 발생률) 감소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문제는 그동안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이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생긴 ‘안전성’ 논란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된건 지난 2013년 일본의 한 시민단체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부터이다. 통증, 경련 등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쇄도하면서 급기야 일본 정부가 부작용을 이유로 2개월 만에 무료접종 및 접종권고를 철회했다.

지난 3월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10~20대 여성 12명이 일본 정부와 백신 제조업체 2곳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백신 부작용 유무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일본에서 ‘안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에서도 백신접종을 꼭 받아야하는지 SNS등에서도 활발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SNS 등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사례가 확산되다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HPV 백신 접종을 중단할 만큼 안전성 우려는 없다’는 WHO의 성명서를 근거로 “일반적인 예방접종 전후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한 번 퍼진 소문은 괴담으로까지 번지는게 다반사인 현실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이 타 백신에 비해서 안정성에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본사례는 인과관계도 밝히기도 어려울뿐더러 문제를 제기한 단체가 안티백신단체로 백신으로 인한 발열 등 경미한 이상증세 외에 신경학적 이상증세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일본사례를 빼고 백신을 접종하는 전세계 70여개국에서 심각한 부작용사레는 찾아보기 힘들다.

두 번째 고민꺼리는 국가에서 허가한 두 가지 백신중 어떤 것을 맞아야 하느냐이다. 현재 NIP에 도입된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4가백신)과 GSK의 서바릭스(2가백신) 2가지이다. 가다실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6, 11, 16, 18형 4가지 혈청형을, 서바릭스는 HPV 16, 18형 2가지 혈청형을 각각 커버한다. 두 백신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HPV 16, 18형은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으로 밝혀진 HPV 13종 가운데 자궁경부암 발병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효과성 면에서 두 백신간 우월성을 논할 실익은 크지않다. 둘 다 만 12세에 맞을 경우 예방효과는 98~99%에 달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이다.

MSD에 따르면, 가다실은 HPV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 2기 이상의 자궁경부질환에 대해 100%에 가까운 예방 효과를 보이며 HPV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 2·3기 또는 자궁경부상피내 선암에 대해서도 98%의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GSK가 제시한 HPV 008 연구에 따르면, 서바릭스는 성경험이 없는 여성에서 HPV16,18 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2기 이상의 전암병변에 대해 98.9%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남성의 경우, 4가백신인 가다실을 맞으면 항문암, 음경암,두경부암,생식기사마귀암 등의 예방효과가 있다. 당연히 상대방인 여성의 감염율도 떨어지게되는데 의학적으로는 ‘집단면역효과’라고 부른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전문의들은 “HPV가 자궁경부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맞지만, 성생활을 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감기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라며“자궁경부암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도 아니고 HPV 감염으로 인한 자궁경부암으로의 세포변화 과정은 수년에 걸쳐 이뤄지며,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 오래가는 사람 가운데 0.5%에서만 암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방패가 있는데 굳이 병에 노출될 필요는 없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가장 큰 대비책은 바로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접종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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