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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젤 게이트, 美서 18조 폭탄]한국선 패소해도 3%만 배상대상…폴크스바겐 ‘시간끄는 이유’
법조계의 시각은

美, 피해액 뛰어넘는 징벌적손배제
법정다툼 부담 이른시기 배상 합의
국내 집단소송 4400여명에만 효력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에 18조원 가까이 되는 배상금을 물기로 하면서 국내에서도 법적으로 배상금을 강제할 수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승소하더라도 소송에 참가한 소송인단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어 미국과 달리 극히 일부 소비자들만 해당될 전망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우리도 미국처럼 기업의 부정행위에 엄격히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석만<사진 왼쪽> 법무법인 한민&대교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민법 상 손해배상의 원칙은 가해자의 행위로 발생한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며 “폴크스바겐 그룹이 국내 소송에서 패소한다고 해도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법적 소송까지 가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진행될 집단소송에서 4400여명의 소송인단을 대리하는 원고측 법무법인 바른이 승소하더라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소송 참가자만 해당된다. 우리 환경부로부터 조작판정을 받은 차량이 12만5000대인 것에 비하면 3%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조 변호사는 “판결의 효력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적용되지 참여하지 않은 당사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상대효(相對效)’ 원칙이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디젤 조작 집단소송의 경우에도 승소 시 배상은 소송인단만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배상금 합의가 디젤게이트 9개월 만에 이뤄진 반면 국내서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 관련, 미국과 다른 법체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경환<사진 오른쪽>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미국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보다 훨씬 크게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있는데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에서 법정까지 가게 돼 패소하면 이 제도에 의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부담해야 할 수 있어 비교적 이른 시기 배상 합의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영미법이 아닌 프랑스나 독일 중심의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어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널리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이 국내에서는 충분히 시간을 끌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징벌적손해배상제도는 하도급 거래와 신용 및 개인정보 이용 등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미국 법원에서 승인한 배상안이 국내 소송에도 얼마나 비중 있게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서 의견이 분분했다. 조 변호사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은 최근 대두된 것이라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판례는 없다. 이를 잣대로 법적으로 배상 여부를 판단하기엔 그 쟁점이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 동일한 사실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국내 민사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국내 재판부도 미국 합의안을 비중 있게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집단소송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라 폴크스바겐 그룹 차량이 임의설정(배출가스조작) 금지 법규가 시행된 2012년 1월 이전 정부 인증을 받았더라도 문제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조 변호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저감장치가 차값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 부분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으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다루는 것보단 보다 원고 측에 수월한 접근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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