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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방학이 힘든 대학생들 ②] 돈은 비싼데, 계절학기 안할 수는 없고…
-대학가 계절학기, 수강료 인상 두고 학교-학생 간 갈등

-과목당 수 십만원 부담돼도 학점 올리려는 수강생 늘어

-경쟁 치열해지자 고액 서머스쿨 통해 학점 취득 경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서울 시내 한 사립대는 지난 5월 계절학기 수강료를 학점 당 1만원 인상하는 계획안을 연기했다. 현행 학점 당 7만원이던 수강료를 유지해오다 다른 대학 수준인 8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사회에서 급작스럽다는 반대 의견을 냈고, 학교 측도 이를 받아들여 인상안은 올해 말로 유예됐다. 대학생 진모(22ㆍ여) 씨는 “학점당 1만원이면 과목당 3만원 인상인데, 작은 인상 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갑작스러운 인상은 취소돼 다행”이라고 했다.

#2.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는 김모(28) 씨는 올여름에 학교에서 하는 ‘서머스쿨(summer school)’을 수강하고 있다. 한 과목에 40만원이라 일반 계절학기보다 비싸지만,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영어 강의지만 P/F 과목이면서 전공 수업으로 인정돼 학점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수업료가 비싸 고민했지만, 학점 관리를 위해 신청하게 됐다”며 “수업도 외국 학생들보다는 학점을 따러 온 한국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받는다”고 했다.

대학들이 방학을 맞이하면서 계절학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고액의 수강료 때문에 대학생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현행 등록금도 비싸다는 의견이 있지만, 학점 관리를 위해 기꺼이 돈을 내는 쪽도 있다. 


현재 서울 시내 계절학기 수강료 평균은 학점 당 8만원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강료가 비싸다는 의견과 학점 관리를 위해 더 낼 수도 있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현재 서울 시내 대학들의 계절학기 평균 등록금은 한 학점 당 8만원이다. 서울대처럼 국립대학인 경우에는 4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일부 사립대학은 최대 11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이론 수업이 아닌 실습이나 실험 과목에는 추가 등록금이 붙기도 한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계절학기 등록금이 비싸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임모(25) 씨는 “계절학기는 3주 동안 속성으로 가르치느라 엉성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점을 돈 받고 파는 느낌이 강한 것도 불만이지만 과목당 수 십만원씩 내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대학은 수강 신청 인원이 급증하면서 부대비용 등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되면서 수입은 줄고 수강신청 인원은 많아져 수업 편성이 늘어나는 등 고충이 많다”며 “계절학기 등록금 인상 요소가 많지만, 반대여론이 많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계절학기가 정규학기가 아니라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등록금 상한제의 제한을 받지 않아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한양대 등 일부 사립대는 6년 전보다 10% 이상 올려 정규학기 등록금 인상분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김 씨와 같이 학점관리를 위해 일반 계절학기 수강료의 2배 이상인 서머스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면서도 학점 경쟁 때문에 낮은 학점을 받을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서머스쿨을 운영하는 다른 사립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공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외국 학생들보다는 학점을 따려고 등록한 한국 학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서머스쿨에 몰리는 데에는 계절학기 강좌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제한된 강좌에 수강생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수강 경쟁이 덜한 서머스쿨에 몰리고 있다. 동국대에서 서머스쿨을 든는 전모(27) 씨는 “영어 강좌는 한 과목에 60만원이나 해서 비싸지만, 선택권이 없다”며 “계절학기 강좌를 못 들어서 추가학기로 돈이 더 나갈 것 같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신청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계절학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반적인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경기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점경쟁이 과열되면서 계절학기 수요는 늘고 있는데, 아직 학교 여건은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양측의 상황을 반영해 수강료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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