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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아트바젤] “남북 분단 주제 고통스럽지만 회피해선 안돼”
-한국작가 박찬경 ‘비행’ 필름 프로그램 참가
-큐레이터 막사 졸라(Maxa Zoller) 인터뷰


[바젤(스위스 글ㆍ사진)=김아미 기자] “그동안 예술계에서 남북 분단 주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이런 주제들은 너무 고통스럽고 복잡하기 때문에 종종 우리의 시야 밖으로 밀려나지만, 그렇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2016 아트바젤’ 필름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막사 졸라(Maxa Zoller) 큐레이터는 한국 박찬경 작가의 ‘비행(Flying)’을 상영하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찬경 작가가 지난 16~19일 개최된 제47회 아트바젤의 필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본 개막에 앞서 14일 분단과 냉전 문제를 다룬 그의 대표작 ‘비행’이 단편영화부문 ‘트라우마의 소리공간(Sound Spaces of Trauma)’에서 소개됐다. 
*사진 : 막사 졸라 큐레이터. [사진(바젤)=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박찬경은 분단, 토착신앙 등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영상설치 미술가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상업영화보다 순수예술 영역에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서울’ 예술감독을 맡는가 하면,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공일차원’의 시각연출)하기도 했다.

그가 올해 아트바젤에서 선보인 ‘비행’은 2000년 6월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다뤘다.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모습과 평양 공항, 평양 거리들을 담은 TV 뉴스 영상들을 편집, 재구성하고, 그 위에 작곡가 윤이상의 ‘오보에와 하프 그리고 소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중협주곡(1977)’ 도입부를 얹었다. 이 이중협주곡은 ‘견우직녀’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으로, 윤이상은 분단 이후 남북한의 관계를 견우와 직녀에 대입하고 칠월칠석에 이루어지는 만남을 통일에 비유한 바 있다.

박찬경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뉴스 클립에 통일의 염원을 담은 윤이상의 클래식 음악을 결합시켜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막사 졸라 큐레이터는 “박찬경, 박찬욱이 함께 한 작품으로 베를린 황금곰상을 탄 ‘파란만장’을 봤고 매우 마음에 들었다”며 “박찬욱 감독도 만나보고 싶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막사 졸라와의 일문일답.



-박찬경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 영상을 보고 박찬경이 이미지와 사운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차용한 영상과 음악이었지만 편집 방식과 작품 수준이 경험이 풍부한 작가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주제에 상관 없이 작품의 수준이 매우 높았던 것이 이 작품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로는, 나는 독일인이고, 나의 조국 역시 분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더 쉽게 이 작품에 다가갈 수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된 한국은 모든 세대에게 있어 아물지 않는 상처이며, 정신적인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은하수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웃국가를 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2016년 현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며,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이 주제를 제안해야만 했다. 또한 예술계에서는 이 주제를 사실 충분히 다루지 못한 지점이 있다. 북한 출신의 작가가 있는지, 어디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작품을 절대 간과할 수 없었다. 이런 주제들은 이야기하기에 너무 고통스럽고 복잡하기 때문에 종종 우리의 시야 밖으로 밀려나지만, 그렇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박찬경의 다른 작품들을 본 적이 있는지.

▶출품한 다른 장편 영상 작품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인의 기질에 대한 영화였는데, 한국에 가 본 적이 없어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작품 역시 이미지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작가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들었으나, 아트 바젤 관람객들은 관람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명상적인데다가 보통 사람들이 그다지 경험해보지 못한 주제를 다룬 장편 작품을 보여주기에 그다지 적합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영화제나, 또는 더 심오한 작품에 익숙한 관람객들이 오는 테이트 모던과 같은 공간을 위한 작품이었다. 박찬경 작가와 그의 형 박찬욱이 함께 한 작품으로 베를린 황금곰상을 탄 ‘파란만장’을 봤고 역시 매우 마음에 들었다. 박찬욱 감독도 만나보고 싶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다.



-필름 섹션이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까.

▶영상이라는 매체가 좋아지고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이 섹션도 점점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작가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나와 더 개방되고 더 넓은 관객층에게 다가가고 있으며, 장편 영화나 내러티브 필름들을 제작하고 있다. 아트바젤에서 필름 섹션은 언리미티드와 파쿠어(Parcours) 섹션 다음에 오는 거의 마지막 섹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짜 좋아하는 관객들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매년 필름 섹션의 좌석이 더 많이 차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해 필름 섹션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필름 섹션이 한 10년 정도 됐다. 그 동안 꾸준히 기획 프로그램들로 선보여왔다. 나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가하게 됐다. 올해 필름 섹션에서 내가 기획한 다섯 가지 프로그램 모두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민, 노동, 물질의 가치 등 모두 중요한 주제들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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