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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LG이노텍의 성과제 도입 실험 성공적으로 확산되길
LG이노텍이 단행한 인사 혁신이 놀랍고 반갑다. 이 회사는 노사간 협의를 통해 생산직 현장사원에게 적용해 온 호봉제 급여체계를 전면 폐지키로 한 것이다. 그 대신 개인의 성과와 역량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제를 도입하게 된다. 바뀐 제도가 시행되면 실적이 높은 사원은 최대 기존 연봉의 30%까지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다. 또 업무 능력 우수자는 조기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는 ‘발탁진급제’도 신설된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호봉제와 성과제를 혼합한 인사제도는 일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 생산직 호봉제를 전면 폐지키로 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인 셈이다. LG이노텍의 파격 행보가 다른 대기업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 회사가 이같은 실험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때만 되면 임금이 오르고 승진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제조업 환경과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최근 생산 현장은 과거와 달리 업무 적응력과 전문 직무 역량이 더 중시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직 사원에게 성과제를 적용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의 경우 기본급에 성과급을 반영하는 임금 체계 개편이 2000년 이뤄졌다. 올들어선 아예 매월 성과를 평가해 임금을 차등 지급할 정도로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2011년 기본급 자동인상을 없앴다.

LG이노텍의 성과제 도입은 노사가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평가받을 만하다. 회사가 아무리 혁신을 하려고 해도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회사 노사는 2년 여에 걸쳐 함께 연구하고 토론해 가며 서로의 입장차를 좁혔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국내 대기업 노사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내 대기업 생산직 호봉제는 누구도 손대기 어려운 철옹성과도 같다. 오죽하면 ‘철밥통’ 소리가 나올 정도다. 노조가 워낙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임금피크제조차 제대로 합의를 못하는 사업장이 수둑한 게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호봉제의 단맛에 안주할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글로벌 환경에 밀려 노사 모두 공멸의 길을 걷기 십상이다. 이제 그 변화의 흐름은 시작됐다. LG이노텍의 혁신은 그 단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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