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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롯데와 산업은행…죄의 저울
재계 5위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이다.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사업손실을 가장한 회사 돈 빼돌리기, 차명계좌와 차명주식 보유, 정관계 로비 등 그동안 ‘재벌의 문제’로 여겨졌던 주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모습이다.

수사가 끝나면 조세포탈, 뇌물공여, 금융실명제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 등 다양한 죄명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심 죄목은 업무상 횡령ㆍ배임일 가능성이 크다. 형법(제40장 356조)에서 업무상 횡령ㆍ배임죄는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다. ‘횡령’은 행위 주체자의 경제적 이득 여부로 판단할 수 있지만, ‘업무상 임무에 위배’, 즉 ‘배임’의 판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고경영자가 경영판단을 내릴 때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결과가 늘 긍정적일 수는 없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임무에 위배한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할 수는 있지만, 최선의 결과만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롯데알미늄이 원료도입 과정에서 일본 계열사를 끼워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횡령은 물론 배임에도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한창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가 다른 혐의들이 공개될 때와 달리 “합리적 경영판단이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상황을 볼때 롯데가 자신들을 옹호해 달라는 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달리 보면 억울함의 호소일 수도 있다.

기업에 대한 ‘배임’ 적용여부는 신중해야 한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하다. 정부가 하라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임’이 두려워 기업이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투자마저 꺼리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배임의 좋은 사례가 있을까? 먼저 국책은행들이 떠오른다. 산업은행은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쓰고도 대우조선해양을 더 엉망으로 만들었다.

산업은행법 제18조에서 정한 업무에는 기업구조조정이 있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줄이지도 못했고, 분식회계를 제때 적발하지도 못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실이 대우조선보다 덜한 점을 보면 분명 산업은행과 경영진은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한 게 분명해 보인다. 이 뿐 아니다. 지난 2014년 산업은행은 수 차례의 인수합병(M&A) 헛발질로 동부제철 회생 기회를 놓쳤다. 그럼에도 자본잠식이 ‘예상’된다며 동부그룹의 경영권을 박탈했다. 대우조선이 한창 회계부정을 저지를 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용선료가 문제된 것은 수 년 전 부터다. 채권단 수장으로써 이 문제 해결을 경영진에 주문했어야 옳다.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의 ‘압력’ 탓에 부당한 줄 알면서도 대우조선 지원을 계속했다는 전직 수장의 변명도 ‘비겁’해 보인다. 산업은행법 제35조에서 정한 임원의 해임사유는 ‘이 법에 따라 내리는 명령 또는 정관을 위반했을 때’다. 불법적인 압력이었다면 이를 공개하고 맞섰어야 했다.

롯데는 비상장 계열사가 유독 많다. 상장 계열사들도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다. 타인자본보다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주로 영위했다는 뜻이다. 국책은행들은 재정, 즉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배임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길용 이슈섹션 에디터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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