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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저출산 덫에 갇힌 대한민국] “자녀교육서 엄마를 해방시킬수 있는 획기적 교육개혁 선행돼야”
전문가가 본 대책과 제언


지난 10년여의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출산율이 뚜렷하게 반전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의 대책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산율이 오르기 어려운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산아 제한 정책이 크게 성공했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김대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간사위원
우리나라에서도 여느 선진국들과 같이 사회와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여성의 사회활동이 확대되어 왔다. 70~80년대 산아제한 정책은 당시 여성의 사회진출 욕구에 딱 맞는 정책이었기에 1980년 2.8명이었던 합계 출산율이 불과 7년 만에 1.5명으로까지 하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현 상황은 여성들에게 일은 계속 더 하면서, 아이도 더 낳아 주기를 기대하는 양상이기 때문에, 엄마들의 사회활동에 자녀가 방해가 되지않도록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못하면 기대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결국 ‘일·가정 양립’이 중요한데, 특히 엄마의 시간이 중요하다. 2015년 30~45세 기혼여성들 가운데 부부소득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월평균 소득이 558만원이나 높지만, 평균 자녀수 차이는 0.08명에 불과하다. 고소득 가구도 자녀가 적다는 것은 저출산이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시간에 관한 문제라는 증거이다.

이제 과거와 현재 여성들의 선택을 냉철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일과 가정(또는 자녀)이 상충할 때 일을 포기하고 가정에 충실한 여성상이 일반적이었다면, 현재는 그 반대로 일을 선택하기 위해 아예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만혼, 비혼 및 골드미스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일하는 엄마가 자녀를 위해 쉽게 휴직할 수 있는 제도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일하는 엄마가 자녀 때문에 굳이 휴직, 또는 사직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엄마들이 영유아 자녀 보육을 위해 휴직하기도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교에 취학한 이후의 경력단절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25~64세 여성취업률은 2000~ 2015년 기간 동안 6.6% 포인트의 큰 폭으로 상승하였는데, 유독 초등학생 엄마 연령대인 36~40세에서는 3.5% 포인트 하락했고, 중고생 엄마 연령대인 41~45세에서도 상승폭이 0.7% 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일찍 귀가하는 어린 초등학생 자녀를 믿고 맡길 곳도 없다보니 사회활동을 접거나 어린 자녀를 하루 종일 학원으로 돌리는 현실인데, 방과 후 돌봄 서비스는 지지부진하다.

공교육은 부실하고 사교육이 판치도록 만들어 놓은 난맥상 입시제도 하에서, 일하는 엄마는 정보력에 밀리기 일쑤이고 결국 사회활동을 접게 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공허한 말뿐 어떤 비전도 없고, 쉬운 수능으로 사교육을 잡겠다는, 이미 틀렸음이 검증된 주장만 한가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청년층이 쉽게 취업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지 않도록 경제 성장과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엄마들을 자녀교육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교육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그 취업과 결혼을 해야 할 청년들이 아예 태어나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 교육개혁으로 엄마들을 해방시켜 출산율을 높이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든지, 아니면 부처 이기주의와 이익집단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다가 인구절벽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김대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간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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