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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랭 티마르“‘진도상장례’인상적…韓창작물엔 전통 풍부해”
佛 ‘테아트르 데 알’ 극장장·예술감독 방한
아비뇽축제서 ‘모두에…’등 우리연극 3편 공연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전통 보존도 중요
감각적 리듬·표현법 등 협업극에 접목했죠”



남프랑스 보클뤼즈의 주도(主都) 아비뇽. 인구 10만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도시에 매년 7월이 되면 전세계 예술인들이 몰린다. ‘아비뇽 축제(7월 6~28일)’ 때문이다.

1947년 배우 겸 연출가 장 빌라르가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에서 연극 세 편으로 시작한 이 축제는 오늘날 연극을 중심으로 음악, 미술, 영화 등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축제가 됐다. 말하자면 연극계의 ‘칸 영화제’ 같은 행사다.

아비뇽 축제기간 전세계 디렉터들이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 경향을 ‘발견’하기 위해 찾는 곳이 있다. ‘테아트르 데 알(Thtre des Halles)’이다. 아비뇽 시 소유의 민간 위탁극장으로, 14세기 지어진 카톨릭 수도원 건물을 극장으로 쓰고 있다. 현대 연극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테아트르 데 알은 대관 없이 순수 창작ㆍ기획ㆍ초청 공연으로만 운영된다. 



세계 각국의 극단이 1400여편의 공연을 소개하는 이 축제에서 테아트르 데 알은 한국 작품 3편을 선보인다. 극단 돌곶이의 ‘모두에 맞서는 모든 사람들’, 양손프로젝트의 ‘모파상 단편선’, 그리고 판소리만들기 자의 ‘이방인의 노래’다.

특히 ‘모두에 맞서는…’은 한불 합작 공연으로, 테아트르 데 알 극장장이자 예술감독인 연출가 알랭 티마르(Alain Timar)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학생들과 지난 석달간 창작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비뇽 축제에 앞서 한예종 예술극장(5월 31일~6월 2일)에서 초연됐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6월 11일) 공연도 앞두고 있다.

2일 최준호 한ㆍ불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한예종 연극원장)과 함께 기자들을 만난 알랭 티마르 감독은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전통을 잘 보존하고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만 해도 전통은 이제 지역문화에 국한돼 버렸어요. 그런데 왕가에서부터 지금까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오랫동안 전통예술의 질적 수준을 유지해 온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상 깊게 본 한국 공연이 있냐는 질문에는 지난 4월 프랑스에서 파리에서 공연됐던 ‘진도상장례’를 꼽았다.

“굿 자체보다 그 안의 음악이나 표현방식 등이 좋았어요. 한국은 예술가들의 창작에 영감을 주는 풍부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 ‘굿’에 깊은 인상을 받은 티마르 감독은 이번 협업 공연에도 이를 차용했다. 악사를 무대 가운데 세우고 연주하는 장면에 끌어왔다. 무대 뿐만 아니라 음악, 움직임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적 요소들을 극에 활용했다.

그는 한국 연극인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는 ‘존중(Respect)’을 배웠다.

“한국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각별합니다.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어쩌면 과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예요. 처음에는 나와 반대되는 의견이 있어도 말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생각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물론 그러면서도 존중심은 흔들리지 않고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죠.”

오늘날 세계 연극계의 트렌드는 뭔가라는 질문에 “엄청난 질문(Quelle question!)”이라며 놀란 그는 이내 차분하게 학구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연극은 개별화 된 작업이에요. 트렌드를 말하기 힘들죠. 다만 주요 키워드를 뽑자면 ‘정신성(Spirituality)’ 아닐까요.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물질적인 것들을 추구해왔는데, 이젠 사람들도 예술가도 그러한 것들을 답답해하게 됐죠. 정신적인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킬것인지를 두고 세계 연극계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샤머니즘도 그중 하나고요.”

한국 연극계 주요 이슈 중 하나인 ‘검열’에 대해서 묻자 “프랑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예술가는 100% 자유롭습니다. 정부는 지원금을 주고 그 돈을 낭비하지 않았는지만 보지요. 정치, 종교적으로 민감한 이슈의 공연에 대해 간혹 종교단체나 극우단체에서 개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먹히지 않습니다. 모든 언론과 예술단체가 들고 일어날걸요. 자유, 평등, 박애가 프랑스의 정신인데, 그 중 자유가 가장 앞에 있는 이유입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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