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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고지전(高地戰)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1960년대 중반, 청년장교 한명희는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다 정글 같은 숲속에서 땅에 꽂힌 나무에 얹힌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발견한다. 평화의 댐 북쪽 14㎞ 떨어진 계곡 옆 산중턱에서였다.

아마 무덤의 주인과 함께 전투를 벌이던 전우는 그 험준한 계곡 일대에서 그나마 볕이 잘 드는 곳을 찾느라 시신을 들쳐업고 한참을 올랐을 것이다.

한명희는 처절하면서도 숭고했을 당시 상황을 그리며, 이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는 시를 지었다. 우리나라 3대 가곡 중 하나로 불리는 ‘비목’은 청년장교 한명희의 시에 장일남이 선율을 붙여 1967년 완성됐다.

지금 평화의 댐 북쪽 산 중턱에 자리한 ‘비목공원’은 1995년 조성됐다. 이 곳엔 참전한 21개국 및 대한민국 국기가 둥글게 걸려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온나라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고수, 신하균, 이제훈 등이 열연한 영화 ‘고지전’은 휴전을 코 앞에 두고 한치의 땅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호국영령들의 목숨 건 사투를 그린다.

미군 조차 패퇴를 거듭하던 곳에서 한국 해병이 탈환에 성공한 도솔산 전투, 한미 심야 합동작전이 빛을 발했던 가칠봉 전투, 중공군의 초고속 남하를 저지한 백마고지 전투과 파로호 대첩 등에선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고지전과 백병전의 연속이었다.

현충일이 필부필부의 생일 처럼 365분의1일 될까 걱정이다. 헝가리, 폴란드, 베트남 등 체제전환국들이 여전히 힘겨운 경제 행로를 밟고 있다. 고지전 전사들이 없었다면 한국의 60년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국방은 정치권의 협상대상이 아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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