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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사 ‘슈퍼셀’ 매각 20억弗 벌었지만…부실 통신사 잘못 인수 수백억弗 날려
희비 엇갈린 손정의의 ‘동시투자’


“새 도전을 할 땐 재산 30%정도는 버려도 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측근들에게 ‘마사(Masa)’란 애칭으로 불리는 손 마사요시(손정의ㆍ59)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그는 2013년 11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겼다. 두 가지 중요한 발걸음을 뗀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다.

그 해 10월 손 의장은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 지분 51%를 15억달러(1조7700억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같은 달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미국 3대 통신사였던 스프린트(Sprint)를 220억달러(26조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게임업계ㆍ통신시장 모두가 주목한 결정이었다.

3년 가까이 지난 현재, 그의 결정은 SNS에 남긴 코멘트대로 가고 있을까. 슈퍼셀에선 조 단위 큰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른 한 곳에선 최소 30%이상 손해를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슈퍼셀의 히트작 게임‘ 클래시오브클랜’ [출처=클래시오브클랜 홈페이지]

슈퍼셀 中텐센트에 매각…‘2.3조원’예약=현재 손 의장은 슈퍼셀 지분 73%를 쥔 최대주주다. 지난해 22%를 더 인수했다. 그는 이 지분을 모두 팔아 최소 20억달러(2조3600억원)를 벌 수 있는 상황이다. 3년 새 슈퍼셀이 몰라보게 성장한데 따른 것이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ㆍ‘붐 비치’등으로 유명한 슈퍼셀은 손 의장이 처음 손 대던 당시 매출 5억5000만달러(6600억원)를 갓 넘긴 신생기업이다. 3년 뒤 이 회사 매출은 4배 이상 뛰었다. 최소 1억명 이상인 일일사용자를 보유한 결과다. 게임업계와 시장에서 평가한 슈퍼셀 기업가치는 이미 지난해 55억달러를 찍었다. 손 의장의 현재 지분가치(40억달러)와 매입가격 등을 고려할 때 거액의 차익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익률 100% 이상을 찍는 장사인 셈이다.

러브콜을 보낸 건 인터넷 기업 텐센트를 창업한 마화텅(44) 회장. 개인자산 199억달러를 쥔 그는 최근 손 의장 측과 인수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기준 중국 3위 부호인 마 회장은 ‘실탄’도 준비 중이다. 중국 경제매체들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텐센트가 슈퍼셀 인수를 위해 40억달러 규모 대출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메신저 QQ로 시작한 마화텅의 텐센트는 현재 게임으로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슈퍼셀 인수에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이유다.

스프린트는 ‘밑 지는 장사 중’=반면 슈퍼셀과 거의 동시에 돈을 넣었지만, 손 의장이 결코 웃지 못하는 투자처가 있다. 바로 통신사 스프린트다.

2013년 10월, 손 의장은 220억달러를 내고 이 통신사를 사들였다. 당시 일본 최대 IT기업이 미 대륙에 진출한단 소식에 여론도 들썩였다. 손 의장은 합병 관련 기자회견장에도 직접 나와 미국진출의 각오를 다졌다.

인수 당시 스프린트는 사실상 부실기업이었다. 2006년부터 이익을 내지 못했고 손실만 수백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손 의장이 사들인 지 만 3년이 다 되가지만 이 회사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손실액은 500억달러를 찍었다. 신규 가입자도 좀처럼 늘지 않아 현지 통신시장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시장가치도 쪼그라들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스프린트 시가총액은 현재 140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손 의장이 ‘지원군’으로 나서던 때보다 가치가 45%가까이 빠졌다. 그가 이 회사를 사들인 가격의 63%수준으로 내려간 셈이다. 제값도 못 받은 채로 30% 이상 손실을 본 것이다.

그러나 손 의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이미 지난해 “스프린트를 절대 팔 생각 없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매체들은 손 의장이 스프린트 부실규모를 메우기 위해 슈퍼셀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슈퍼셀에서 성공을 맛 본 손 의장은 스프린트에서도 ‘30% 손실’을 극복하고 웃을 수 있을까. 과연 그의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천예선ㆍ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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