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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미술관에서 작품 판매? NO!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한국미술관협회장
등록 미술관에서는 미술품을 사고팔거나 중개, 알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미술관을 만들려고 준비하는 예비설립자나 지자체 등록 담당공무원 중에도 미술관이 화랑처럼 작품을 판다고 생각한다.

미술관과 화랑을 혼동하는 사람들에게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 제29조 미술관 등록 취소 조항을 알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제29조 6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설립 목적을 위반하여 박물관자료나 미술관자료를 취득ㆍ알선ㆍ중개ㆍ관리한 경우,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박미법에서의 미술관 자료는 등록 소장품을 가리키지만 넓게는 미술품을 거래하는 영리행위까지도 포함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거래하면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미술관은 전시, 연구, 수집, 보존, 교육 등 박미법에 명시된 기능을 수행하는 의무를 가진 비영리 공공기관이다. 즉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

다음은 미술시장에 개입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대체로 유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의 작품 값은 미술시장에서 수직상승한다. 예술성이 검증된 미술관급 작가라는 타이틀이 작가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경제학자인 도널드 톰슨에 따르면 뉴욕현대미술관 관장 알프레드 바는 미국화가 제스퍼 존스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작품 3점을 구입해 미술관에 전시했다.

그러자 미술시장에서 존스의 작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우환 작가도 세계적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치른 이후 작품 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구겐하임 작가라는 후광효과 덕분이다. 때로는 미술관 전시가 작품 가격을 올리거나 홍보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 현대미술 1세대 작가인 황용핑의 ‘최후의 심판일’이 2006년 미국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를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전시회가 끝난 후 이 작품은 경매에 출품되어 추정가보다 3배나 높은 16만8000달러에 팔렸다.

이런 이유로 미술관이 상업성과 결탁하여 내부자거래와 시장질서교란 등 불법행위를 할 수 없게 금지하는 미술관 전문직 윤리요강도 제정되었다. 윤리적 규범의 한 예로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모든 미술관 종사자는 상업적인 판매처, 경매사 등 직업적 연관이 있는 특정업자로부터 개인적인 구매상의 어떠한 특가나 할인 혜택도 수락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혹 미술관의 설립 의도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한편으로 미술품 거래로 돈을 버는데 있다면 허황된 꿈을 버려야 한다. 힘들게 미술관 등록을 받고도 등록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테니까.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한국미술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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