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칼럼] 구조조정 운동장의 ‘라이트 윙’ 임종룡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 유시진 대위의 대사를 패러디하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 어렵다는 걸 자꾸 해낸‘ 관료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재정경제부의 금융기업구조개혁반 반장을 맡아 대규모 빅딜과 구조조정에 관여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퇴출에서부터 주력 업종 빅딜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등을 챙기고 구조조정의 틀을 만들어가는 실무역할을 했다.

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가 당시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담당 부총재보였던 이주열 총재와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게 한은이 산업은행에 대출해 시중 은행들을 지원한 은행 자본확충펀드다.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임종룡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직을 떠났고 3개월 뒤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됐다. CEO 임종룡은 우리투자증권을 놓고 경합했던 강적 KB금융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농협금융 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을 불과 10개월도 안돼 마무리하면서 ‘금융계의 제갈공명’ 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전임자였던 신동규 전 회장이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 중심의 폐쇄적 조직문화로 제갈공명이 와도 안된다”고 했지만 임종룡은 그 어렵다는 걸 또 해냈다.


외환위기 후 18여년만에 구조조정이 국가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이헌재 리더십’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헌재는 특유의 추진력과 카리스마로 남들 100년 걸릴 개혁을 1년에 해치웠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그는 주저없이 단칼에 베는 쾌도난마식 구조조정을 했다. 6ㆍ25 이후 최대 국난 앞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이헌재의 칼을 지지해줬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국가 부도’ 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허둥대다 보니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실책들이 저질러졌다. 지금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해운업도 마찬가지다. 외환 위기 직후 해운업에 대한 정교한 이해도 없이 부채비율 200%를 급히 맞추기 위해 보유 중인 배를 팔도록 했다. 그러다가 2006년과 2007년에 해운업 호황을 맞게 되자 비용을 과하게 물어가며 무리해서 배를 빌린 게 오늘날 위기를 불렀다.

임종룡은 이헌재의 성공과 실패를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외환위기 때는 한시라도 빨리 국가 부도 사태에서 벗어냐야 해 속도를 중요시했다. 지금은 속도와 함께 방향까지 살펴야 한다. 임종룡은 역대 관료 중 첫 손에 꼽힐 정도로 축구 실력이 출중했다고 한다. 포지션은 라이트 윙. 속도는 기본이고 정확한 크로스(공적자금 투입)로 골 결정력(미래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상대가 두터운 수비벽(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개입, 노조의 저항)을 세워 아군이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처럼 개인기(합리적 대안과 여론의 지지)로 돌파해 스스로 골을 만들어 내야 한다. 라이트 윙은 속도감있게 뛰면서도 상대의 움직임(글로벌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임종룡이 구조조정이라는 운동장에서도 발군의 라이트 윙으로 뛰어주길 바란다. 문호진

편집위원 겸 선임기자 mh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