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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고준위방폐물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
지난 25일 고준위방폐물 관리를 위한 로드맵이 오랜 논란과 준비 끝에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원자력발전으로 전기의 30% 가량을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이면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라는 난제가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지체한 감이 있지만 그동안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이 난제의 해결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외교, 국방 등 여러 이슈가 맞물려 있다 보니 안전한 관리를 위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우리나라 국력 신장에 따라 변화된 대외여건을 반영했고, 유례없이 각계각층의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다. 

먼저, 4년간 협상의 줄다리기를 하다 지난해 어렵사리 타결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비핵화 선언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전면 재처리는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주도권을 가진 파이로 프로세싱 등 재활용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6대 원전수출국의 미래비전을 갖게 됐다.

재활용을 하더라도 고준위방폐물이 나오므로 처분장은 있어야 하지만, 발생량과 방사능을 현저히 줄이고 향후 국제동향과 기술혁신에 따른 여러 가지 옵션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진전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력이 그만큼 신장했고 국민적 관심이 있었기에 상호 호혜적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20개월에 걸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의 향방뿐만이 아니라 향후 다른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갈등관리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공론화위원회의 과정도 시작부터 결코 녹록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37만여 명의 국민이 동참하고 원전지역을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이렇게 도출된 국민의견을 대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세부계획은 여러 전문가들이 검증해 가면서 상세히 만들어 가겠지만,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민주적 절차를 명문화한 것은 획기적인 정책 철학의 결과물이다.

특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원자력발전의 혜택은 모든 국민이 누리지만 관리시설 부담은 특정지역에 전가한다는 논란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매우 뜻 깊다.

이제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첫 원전 가동후 38년 만에 마련된 고준위방폐물 관리 로드맵은 정책 기조와 방향을 담은 이정표다. 어떻게 구현해 나가느냐는 전기를 사용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법적 틀로 실행력을 담보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음은 20대 국회가 에너지 백년대계에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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