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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논란, 대법원 판단 지켜보자
자살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소멸 시효 문제가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이 소멸 시효가 지났더라도 자살 보험금을 주라고 생명보험사들을 압박한 게 그 발단이다. 이어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면허 취소’, ‘영업 정지’ 등 최고 수위의 처벌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법상 보험 청구권은 2년(2015년 3월 이후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보험 계약을 할 때 약관에 명시됐다면 설령 자살이라 하더라도 보험사는 마땅히 규정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상식적으로도 자살은 ‘재해’로 볼 수 없어 논란의 여지는 분명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약속을 했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서로 지켜야 한다. 대법원도 지난 12일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일부 보험사들에 ‘약관대로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하등 문제될 게 없는 전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그러나 소멸 시효는 논란의 결이 전혀 다르다. 지난번 대법원 결정은 약관에 대한 해석에 국한된 것이다. 그 일주일 뒤 서울 중앙지법은 “소멸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니 대법원 판단까지 지켜보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생보사들의 입장을 나무랄 수는 없다. 감독 당국과 소비자 단체들은 고의적인 ‘시간 끌기’라고 하지만 보험사로서는 신중을 기해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미지급 자살 보험금은 2000억원 가량 된다. 하지만 280만 건에 달하는 전체 ‘자살보험’ 계약 건수를 감안하면 적당히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 수 조원이 될지도 모를 보험금도 문제지만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감독원의 ‘무조건 지급하라’는 주문은 궤도를 벗어났다. 정당한 보험금 지급과 시장의 신뢰 유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직 대법원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한 것은 무리한 요구다. 감독 당국 종용에 보험금 줬는데 나중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온다면 뒷감당을 어찌할 것인가. 자칫 배임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문제다. 더욱이 “대법원이(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지 않는)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무례다. 지금은 고쳐졌지만 잘못된 약관을 승인한 감독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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