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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살인적인 주거난에 서울인구 1000만시대 종언
한 세대 가까이 고유명사처럼 쓰였던 ‘1000만 서울’이란 표현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통계청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주민등록상 서울인구는 1000만2979명이었으나, 26일 국내 인구이동 집계결과 4월 한달간 1만6558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자가 사망자를 웃돌고 있지만 이달 중에 서울인구는 1000만명시대를 마감할 것이 확실해졌다. 1988년 1000만명을 넘어선지 28년만이다. 1992년 1093만명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던 서울 인구는 소폭 하락하다 다시 늘기도 했으나 최근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왔고, 결국 1000만명 밑으로 떨어지게 됐다.

서울인구 감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90년대 초 일산 분당 등 신도시가 생겨나며 자발적으로 떠난 인구도 적지 않았고, 정부부처의 지방이전도 한몫했다. 대학이나 공장이 지방으로 가면 혜택을 주는 인구분산이나 도심과밀화 해소 정책도 영향을 주었다. 과거 많은 이들에게 이사란 즐거운 기억이었다. 생애 첫 마이홈을 구하거나, 직장에서 멀어져도 평수를 넓히거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 떠나거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옮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민의 엑소더스는 살인적인 주거난 때문이다. 서울에서 새집 장만은 언감생심이다. 전셋값마저 2012년 이후 46개월 연속 상승해 평균 4억원에 이르렀다. 웬만한 사람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결국 더 싼 집을 찾아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는 대개 학업이나 취업으로 인한 것이다. 과거 서울에 직장을 구한 젊은이들은 월세나 전세, 여유가 있으면 대출을 얻어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금수저가 아니고서는 서울에 방 한칸, 전셋집 하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또 전세는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월세 내느라 돈을 모을 수가 없다. 이들은 머지않아 서울을 떠나야하는 ‘잠재적 전세난민’이 될 것이다. 실제로 서울연구원 조사결과 2030세대의 70% 이상이 이사갈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넓히거나, 임대료로 인한 집주인의 퇴거 요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택정책과 주거문제에 대한 상황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서울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게 자명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미친 전셋값을 억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젊은이들과 무주택자들이 안심하고 거주할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조치가 마련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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