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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움판을 즐길 준비 합시다” 멘트 하나로 4억달러 번 남자
전설의 복싱 링 아나운서 ‘마이클 버퍼’


“Let‘s get ready to rumble!” 우리말로 번역하면 “싸움판을 즐길 준비를 합시다” 정도 될까.

복싱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멘트다. 세기의 대결이 벌어질 때마다, 특설링을 떠들석하게 만드는 전설적인 복싱 링 아나운서 마이클 버퍼(71)의 멘트다. 그가 트레이드 마크인 이 멘트를 큰 소리로 외치면,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그는 이 멘트 하나로 25년간 최고의 링 아나운서로 군림하면서 무려 4억달러(한화 4758억원)를 벌어들였다.

약 35년간 왕성한 활동을 펼친 후 현재 71세가 된 버퍼가 은퇴를 고려 중이다. 그의 은퇴 발표에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그만의 유명 구절 “Let’s get ready to rumble”의 권리 이전이다. 그는 은퇴할 때 이 구절의 권리를 함께 팔 것이라 밝혔다. 구절이 얼마에 팔릴지, 그것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유명인들의 퍼블리시티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그 경제력이 높다. 그렇다면 버퍼는 어떻게 멘트 하나로 거의 5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모았을까. 버퍼의 멘트는 단순히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복싱 게임을 시작하는 용도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 멘트는 그 자체로 그의 캐릭터가 되었고 그는 이 멘트를 통해 현재의 전설적 장내 아나운서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몇 편의 영화와 TV쇼에 카메오로 출연했고,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비디오 게임 시리즈인 레디 투 럼블 복싱(Ready 2 Rumble Boxing)까지 나왔다.

버퍼의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다. 그는 생후 11개월에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양부모 아래서 자랐다. 20살엔 자원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3년을 복무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와 15년동안 무명 배우와 모델로 살았다.

38살 버퍼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 바로 복싱. 평소 열렬한 복싱 팬이었던 그는 어느 순간 복싱 아나운서들이 건조하고 예상 가능한 멘트만을 던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1982년 복싱 아나운서로 데뷔했고 그의 카리스마와 모델 풍 외모는 그를 단숨에 인기있는 아나운서로 만들었다. 데뷔 단 1년 안에 그는 여러 복싱 매치에 섰으며, ESPN이 주최하는 전국민들이 보는 복싱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기가 급등했음에도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던 버퍼는 자신만의 확실한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그만이 외치는 특별한 멘트를 고민하던 그는 “Man your battle stations!”, “Fasten your belts” 등의 멘트를 외쳤지만 그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계속 완벽한 구절을 찾던 그가 찾아낸 것이 바로 “Let‘s get ready to rumble!”이다. 전설적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I’m ready to rumble”과 뉴욕 스포츠 아나운서 살 마치아노의 “We‘re ready to rumble from Resort International”을 합쳐 만들어 냈다.

팬들은 이 멘트를 좋아했고, 버퍼는 그의 바람대로 복싱 장내 아나운서로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카지노에서 열리는 복싱 매치에 서는 유일한 아나운서였으며, 월드 챔피언십레슬링(World Championship Wrestling)의 메인 이벤트에 90년대부터 그것이 2001년 해체될 때까지 올랐다.

버퍼는 멘트 하나로 TV와 영화로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동시에 고민거리를 얻었다. 그의 고유 멘트가 그의 허락도 없이 마구 사용됐기 때문. 이미 유명한 멘트를 사용료도 없이 사용하며 상업적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파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그는 1992년 멘트를 상표 등록했다. 미국 프로농구 로스엔젤레스 레이커스의 헤드코치였던 팻 라일리가 1989년 3연승을 언급하며 “three”와 “repeat”을 합성한 “three-peat”를 말한 후 그것을 상표등록했던 것을 보고 결정했다. 상표 등록은 좋은 결정이었다. 언제든 누구나 버퍼의 멘트를 사용하면 버퍼는 사용료를 받았다. 관객들이 몰리는 프로 스포츠 팀은 어디서든 관객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이 멘트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버퍼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윤현종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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