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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1년의 기다림…그러나 아무도 반기지 않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헤럴드경제=신수정ㆍ문재연 기자]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데에는 꼭 71년이 걸렸다. ‘핵무기없는 세계’를 외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자폭탄의 상징인 히로시마 땅을 밟는 데에도 7년을 기다려야 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당사국인 일본을 제외한 어느 누구의 박수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인 방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방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오후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이 위령비에는 “평화롭게 잠드십시오. 잘못은 반복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잘못이 누구의 잘못인지 주어가 빠져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원폭 투하 버튼을 누른 미국의 잘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전쟁을 끝내기 위해 원폭 투하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인들에게 원폭을 투하해 20만명이 죽었다는 점에서 사과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히로시마 방문에 앞서 “사과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위령비 헌화 자체가 사과의 행동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놓고 미국 공화당은 물론 보수단체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과 중국도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NYT는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아시아 각국이 저마다 다른 셈법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특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4만∼5만 명이 사망한 한국은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일본에 대한 사과로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하루 앞둔 26일 “우리는 모두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이 아시아 인민들에게 엄청난 재난을 가져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2차 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은) 전쟁의 책임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고, 역사적 교훈을 깊이 흡수해야 하며, 2차 대전 승리의 성과를 철저히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2차대전을 일으킴으로써 수천만명의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일본의 가해 사실이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라는 외교 이벤트 속에 가려지고 일본의 원폭 피해에 포커스가 맞춰짐으로써 일본에 상징적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동행하는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미국과 일본간의 ‘완전한 화해’를 선포하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 있지만 동북아 3국간의 청산되지 않은 역사인식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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