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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좋은데, 학교는 왜 교과서만 보여줬나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교과서는 김수영의 시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학교는 작품에 영혼을 투영하는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지 않았다. 시인의 삶과 주변환경을 알지 못하고 시를 접하는 것은 완전한 감상이 될 수 없다.

교과서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알려줬지만, 학교는 세조의 누나 정의공주를 비롯한 창제의 주역이 어떤 과학적 과정을 거치고 어떤 삶을 추구했는지 입체적으로 알려주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정의공주는 세종의 딸로 영특함과 깊은 효심을 가졌으며, 훈민정음 창제 막바지 변음(變音:변화하는 소리)와 토착(吐着:입안에서 나왔다 들어가는 소리)을 표기하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우리 글 완성의 화룡점정을 찍은 인물이다.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에 걸쳐져 있는 북한산둘레길 18~20코스는 김수영과 정의공주를 만나게 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을 통해 “아, 그 시의 그 표현이 그 분의 이런 면 때문에 나왔구나”, “진정한 지혜는 머리만 좋은 게 아니고, 정의공주 처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깊고 자기가 가진 풍부한 지식을 통해 휴머니즘을 잘 실천하는 것이로구나. 창의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을때 더 강하게 발현되는 것이구나”라는 생생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곳엔 김수영의 시비와 문학관, 세종대왕의 둘째딸로 훈민정음 창제에 크게 기여한 정의공주 묘역, 연산군 묘역 등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학교가 안내해주지 못한 교과서 속 자취, 그 생생한 현장을 한국관광공사가 일러줬다. 관광공사는 6월 걷기여행길의 테마를 교과서에서 봐오던 인물이나 문학작품의 배경지, 역사적 사건 현장 등 ’길 위에서 살아있는 교과서‘로 잡았다.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탈(http://www.koreatrails.or.kr/)’에서 교과서의 그 현장으로 가는 여행에 필요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 18코스는 도봉산 주탐방로와 만나는 도봉옛길로 조상의 정취를 간직한 볼거리가 가득한 구간이다. 북한산 둘레길 19코스는 방학동길로 방학동이라는 이름은 곡식을 찧는 기구인 방아가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 방앗골에서 유래했다. 북한산 둘레길 20코스는 정의공주, 연산군 등의 자취를 느낄수 있어 왕실묘역길이라 이름 지어졌다.



서울 망우산숲나들길을 가면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하는지‘ 보다 생생하게 알게된다.

중고생들의 마음을 멜랑꼴리하게 만들었던 시, 한 때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고교생들에게 쓰디쓴 소주 한 잔 들이키게 했던 그 시, ‘목마와 숙녀’의 체감도 높은 서정을 만나게 된다.



망우산 숲 나들길에서는 이 시의 작가 박인환을 만나고, 한용운이 왜 자유보다 복종을 좋아한다고 주장했는지, 방정환이 어떻게 어린이날을 만들게 됐는지, 오세창이 1919년 민족 대표 33인에 어떻게 끼게 됐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전망대에서 망우사색의 길까지 2시간 반정도 걸린다.

충주는 삼국이 각축을 벌이던 전략의 요충지로 역사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지역이다. 중원문화길 2코스는 충주가 중원문화의 고장임을 알 수 있는 코스로 중앙탑에서 시작하여 중원고구려비를 거치며 우리역사의 자취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2~5세기 삼국시대 지도를 보면 백제의 북동쪽, 신라의 북서쪽이 만나는 경계가 ‘V’ 형태임을 알수 있다. 그만큼 고구려가 더 내려온 이다. 이 곳이 바로 충주, 원주, 제천이다. 산악지역 한 가운데 비교적 넓은 평지인데다 물이 풍부해 누구든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는 국사 선생님의 그때 그 설명은 가 보지 못했기에 실감하기 어려웠다.

고교를 졸업한지 10~40년만에 그곳으로 떠나보자. 고구려비 전시관에서 장미산성까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 조금 힘들 수는 있으나 장미산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 장관은 일품이다.

조정지댐부터는 남한강 자전거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상류방향을 따라가면 시작점인 중원탑으로 가게 되고, 하류방향을 따라가면 2코스의 종점인 목계나루를 만나게 된다.

관광공사는 이밖에 ▶계백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솔바람길(충남 논산시) ▶살아있는 지구과학, 국토지리, 회화미술 교과서인 변산마실길 3코스 적벽강노을길 (전북 부안군) ▶송강 정철이 속미인곡을 지은 담양오방길 5코스 누정길 (전남 담양군) ▶최치원, 이황, 주세붕 등 세기의 석학들이 ‘열공’한 뒤 산책하던 청량산유림길 1코스 (경북 봉화군) ▶습지 과학 체험의 세계적 산실 우포늪생명길 (경남 창녕군) ▶대한민국 국토의 3분의2가 왜 산악인지를 잘 알려주는 백두대간트레일 아침가리코스 (강원 인제군) ▶신사임당이 율곡의 손을 잡고 서울로 향하던 바우길 2코스 대관령옛길 (강원 강릉시) 등을 6월의 걷기좋은 길로 선정했다.

이렇게 좋은데, 학교는 왜 교과서만 가르쳤을까. 6월 걷기여행길은 진정한 의미의 자녀 교육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변산마실길3코스_채석강노을

▶우포늪생명길_사진창녕군제공

▶북한산둘레길_왕실묘역길

▶망우산숲나들길_박인환시비

▶담양오방길_누정길(소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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