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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속 질병] 강남역 살인 ‘조현병’…질병에 대한 무지가 병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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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 발견으로 약물치료 시 1/3 치료…재발할수록 증상 심해져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의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로 알려지면서 이 질병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조현병은 이전에는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으로 불리다 2011년부터 개정돼 사용되고 있다.

조현병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1%에 이른다. 드물지 않은 질환으로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함께 고통 받으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발병은 대부분 후기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며 남성은 20세 전후, 여성은 30대에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병이 10세 이전이나 6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보이는 증상으로는 피해망상, 종교적망상, 관계망상 같은 사고의 장애, 환청, 환시, 환촉 같은 지각장애, 감정의 둔화, 즐거운 느낌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 어려운 정동과 인지의 장애, 말수가 지나칠 정도로 줄어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장애 등 정신기능의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쉽사리 흥분하거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급성기가 지나가면 사회생활이 극도로 위축돼 밖에 잘 나오려 하지 않고 타인과의 사회적 접촉을 어려워하고 집 안에서만 혼자 지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김승현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자폐적인 생활태도와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으로 개인위생관리도 잘 하지 못해 지저분한 모습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겼다는 자각이 부족해 주변의 도움을 구하거나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환자 가족들에 의해 타의로 내원하고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일반인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와 편견도 조현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만드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조현병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은 아직 불확실하다.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를 비롯한 여러 주요 신경전달계의 균형이상이 증상의 발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전적 소인이나 태생기의 뇌신경계발달의 문제가 뇌신경회로망의 정상적인 성장이나 발달을 저해해 조현병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는 조현병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증상의 일시적인 악화나 질환의 재발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현병도 가능한 조기에 발견해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수련과정을 거친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모호한 심리상담이나 민간요법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단 조현병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호전반응도 더디고 일상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이다.

김 교수는 “조현병이 다른 정신질환과 차이가 나는 점은 재발을 거듭할수록 질환의 심각도가 더욱 심해지고 일상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라며 “치료기간도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길어 일반적으로 첫 발병 후 적어도 2년간의 유지치료가 권장되며 두 번 이상 재발한 경우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간 유지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에 대한 호전 정도는 환자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대략 환자의 1/3은 거의 일상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으나 1/3은 중등도의 증상이 지속되고 나머지 1/3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증상이 지속되는 난치성 조현병환자군에 속한다.

조현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절하게 투약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급성기에는 약물치료 이외에도 전기경련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지치료기간에는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직업치료 등의 재활치료 프로그램도 약물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투약을 거부해 재발을 거듭하는 환자에게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한 달에 일회의 근육주사만으로 매일 경구로 투약하는 효과와 유사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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