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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살인 사건…지금 화장실에선 ①] ‘그 놈의 시선’…화장실 범죄 급증, 왜?
-전국 공공기관 공중화장실 내 범죄 중 25.7%가 강력범죄

-공중화장실, 주변 시선서 분리, 사생활 침해 소지로 경비시설 미비

-몰카범죄, 5년새 820% 급증…공중화장실, 성범죄서도 안전하지 못해

-전문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EPTED)’ 기법을 도입 등 대책 마련 시급



[헤럴드경제=신동윤ㆍ유오상(글ㆍ사진) 기자] 사람들을 위협하는 ‘은밀한 시선’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공중화장실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다수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수차례 지적됐던 공중화장실 문제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해 표면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금도 공중화장실에서는 살인 등 강력범죄를 비롯한 성추행, 몰래카메라 등 혐오성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경찰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5만여개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총 1795건에 이르렀다. 이 중에서도 살인, 강도, 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는 25.7%(462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일반 상가 등 민간 차원에서 설치ㆍ운영 중인 공중화장실을 제외한 것이다 보니 실제 범죄 발생건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역 부근 한 상가의 남녀 공용화장실의 모습.

공중화장실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는 이유는 바로 주변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외부에서 관찰하기 힘들고, 입구만 장악하면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제압하기 수월하다는 점 등에서 안전 사각지대로 불린다.

가장 대표적인 강력범죄가 바로 지난 1997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러 출발하기 전 공중화장실에 들른 고(故) 조중필 씨를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7) 씨가 쫓아 들어가 무자비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2014년 공중화장실 발생 범죄 건수. [자료 제공=경찰청]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남여 공용화장실의 경우 몸의 일정 부분을 모두 드러내는 개인적인 장소인 만큼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음주가 많은 밤 시간대에는 성범죄 및 폭력ㆍ살해 욕구등이 제어되지 못하고 폭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장실의 경우 사생활 침해나 인권 침해 문제 등으로 인해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기 힘든 딜레마적 상황이 있다”며 “비용이나 공간적 제한으로 인해 당장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 운영하기 힘든 경우 경보장치 설치 등을 통해 내부 범죄 상황을 외부에 쉽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몰카 범죄 신고 건수. [자료 제공=경찰청]

공중화장실은 강력범죄 뿐만 아니라 ‘몰카 촬영’ 등 각종 성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 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013년부터 지하철역 역무원으로 일하며 근무 시간 중 역내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어오던 A(28) 씨를 검거한 경우도 있었고, 하루 앞선 1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5ㆍ18 문화센터 내 여자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고교생 B(16) 군을 붙잡았다.

크게 증가하는 수치는 몰카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9년 807건이던 몰카 범죄 신고 건수는 2014년 6623건으로 5년새 820.7% 급증했다. 특히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만큼 실제 몰카 범죄의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주부 강모(41ㆍ여) 씨는 “몰카 범죄나 강남역 사건같은 강력사건이 내가 쓰는 공용화장실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했고, 이모(26ㆍ여) 씨는 “일하는 건물의 화장실의 경우 술집과 카페가 함께 있다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 평소에도 만취한 사람들이 문을 벌컥 열거나 두들기면 너무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관 및 시민들의 작은 대응만으로도 공중화장실을 범죄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층에 남녀 화장실을 모두 운영하기보단 성별에 따라 각각 다른 층의 화장실을 쓰도록 설계하고, 조명을 기존에 비해 밝게 설치하는 등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EPTED)’ 기법을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몰카 등의 경우에도 건물주가 수시로 설치 여부를 검사토록 하거나 공중화장실을 경찰이나 관할 구청의 정기 진단 대상으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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