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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금속ㆍ용접 책 집필에 푹빠진 삶…이진희 SK건설 전문위원의 인생
-‘제대로 된 책’ 하나 없는 현실에서 직접 저술 활동
-16년간 7권 써…“돈버는 것 보다 멘토역할에 보람”
-“총 12권 한질 채우는게 꿈”…기술사의 멋진 포부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처음엔 멋모르고 산(山)을 넘었고, 무모했지만 용기를 내 두번째, 세번째 산을 올랐고, 네ㆍ다섯번째 산 정상을 꿰찰땐 다소 숨이 찼다. 하지만 어느새 재미가 붙어 아예 일곱번째 산까지 등정했다.

이진희(50) SK건설 재료기술담당 전문위원의 책 집필 인생이다.

이 전문위원은 용접 기술사이자, 금속재료 기술사다. 기술사는 엔지니어의 꽃이다.

그런 그는 최근 ‘금속손상진단’과 ‘알루미늄’이란 제목의 책을 연거푸 출간했다. ‘용접기술실무’(2000년), ‘물리화학’(2000년), ‘섬유강화플라스틱’(2003년), ‘재료와 용접’(2013년), ‘실전용접기술사’(2014년)를 내놓은 데 이어 여섯, 일곱번째 책을 출간한 것이다. 모두 금속 재료와 용접에 관한 책이다.

이진희 SK건설 전문위원.

이 분야에서만 7권째 책을 낸 것이다. 다작(多作)인 작가들이 많다곤 하지만, 기술 분야에서 이처럼 한우물을 파며 줄기차게 책을 내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다.

“물론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 내놔도 잘 팔리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저와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후배들에 그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16년전, 그러니까 정확히 2000년때 일이다. 평사원이었던 이 전문위원은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금속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책이란 책은 다 뒤졌는데, 대부분 엉터리였다. 그때 나온 책은 전혀 도움이 안되더란다.

“국내에 있던 책은 오래전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고, 게다가 번역이 엉망이어서 전혀 도움이 안됐습니다.”

그래서 집필에 뛰어들었다. 혼자 공부했고, 1400페이지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갔다.

“거기서 묻더군요. ‘당신, 교수입니까, 기업 임원입니까’라고요. 잘 안됐어요. 왜냐하면 전 평사원이었거든요.”

하지만 모 출판사와 인연이 돼서 겨우 책을 출간했다. ‘용접기술실무’ 책은 그렇게 나왔다. 이 책은 그 출판사의 스테디셀러가 됐다.

“제가 책을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저 처럼 일하는 이들이 실무와 이론적인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공부할 책이 없는 현실을 바꾸려는 것입니다.”

이 전문위원의 꿈은 아예 총 12권, 한 질을 채우는 것이다. “이왕 달려온 김에 금속 재료와 용접에 관한 책을 12권을 채우고 싶습니다.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나중에 자손대대로 기억되는 ‘금속ㆍ용접 할아버지’가 되는 것입니다. 제 꿈, 너무 거창한가요?”

이 전문위원은 금속재료와 용접에 관한한 최고의 이론가로,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종합기술정보망 테크노넷(Technonetㆍwww.Technonet.co.kr)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금속 관련 정보 교류의 장이다. 여기에선 이 전문위원을 비롯한 400여명의 전문가가 금속공학 등 입문자들에게 무료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기술 자문과 함께 최신 기술 정보를 제공한다. 회원이 5만여명으로, 간단치 않은 네트워크 파워를 자랑한다.

“저만 아는 것은 참지식이 아니죠. 금속 재료는 물론 용접, 부식, 성형, 열처리 등에 대해 후배들과 의견을 주고받을땐 정말 행복합니다.“

이 전문위원은 오는 20일 롯데시티호텔 명동에서 처음으로 세미나를 겸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쑥스럽지만, 앞으로의 열정을 더 키우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기념회를 준비했습니다. 참석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려고 모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전문위원은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고 중앙대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건설 엔지니어링부문 재료기술팀장, 삼성물산 건설부문 기술연구소 금속재료기술 담당, 현대오일뱅크 검사팀 재료기술담당 등을 거쳤다. 미국용접학회 한국지부 사업이사,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고시 기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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