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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애플은 중국판 우버에 왜 1조원을 투자했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애플워치를 이용해 손가락 하나로 택시를 부른다. 무인의 자율주행 애플카가 도착하면 시리(Siri)로 목적지를 말한다.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직접 저장한 아이뮤직을 듣고, 택시에 내장된 아이패드와 맥으로 기존에 작업중이던 문서 작업을 이어서 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애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무대가 자신들의 본거지가 아닌 중국이라 더욱 관심이 간다.

지난 12일 애플은 중국판 우버인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 추싱’(Didi Chuxing)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 8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애플 위기론’이 한창 힘을 받는 시기에 이뤄진 깜짝 투자다. 애플이 다른 IT공룡들에 비해 그간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을 꺼려왔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일단 시장의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투자의 이유를 두가지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먼저 중국이라는 시장이다. 애플의 주요 시장이면서도 동시에 애플에 배타적이었던 시장이 중국이다.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중국 시장에 조금 더 깊숙히 침투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기업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두번째 투자 이유는 애플이 미래 사업으로 ‘서비스’ 부분 사업 확대를 결심한 것과 연관이 있다. 자율주행차량을 개발중인 애플이 미래의 사업파트너로 디디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지난 1분기에 분기 매출이 감소했으며 12일(현지 시간)에는 시가총액이 2년만에 5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구글에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중국시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애플은 중국 내 매출이 1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590만달러의 수익으로 애플 전체 매출 비중의 두번째를 차지했다. 그래서 오히려 중국은 애플이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

하지만 정작 중국은 외국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 외에는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북스 스토어(iBooks Store), 아이튠즈(iTunes), 무비(Movies) 서비스는 중국에서 시작한지 불과 6개월만에 차단당했다. 이 때문에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유명 투자자 칼 아이칸이 애플의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중국 시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중국의 가장 가치있는 테크 스타트업인 디디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현지 기업에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중국 시장 내에서 애플의 위치를 미국 기업으로 한정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중국의 과학 기술 생태계에 커다란 지분을 소유하는 국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이 애플에 호의를 가지는 가격으로 10억달러는 그다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디디 추싱의 어플리케이션 화면

디디는 애플 외에도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와 같은 거대 기업의 투자를 받고 있다. 중국 내 가장 큰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로, 하루 1,100만 명이 디디를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연간 10억회 가량의 배차서비스를 제공했다. 전체 사용자는 중국 내 400개 이상 도시에서 3억명에 달한다. 디디를 통해 중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디디의 기존 주주사들과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디디가 애플의 중국 시장 투자의 파트너가 된 것은 단순히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어서만은 아니다. 디디는 애플의 미래 먹거리인 ‘서비스’ 기반 시스템과 자율주행자동차에 아주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디디는 데이터 마이닝과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자사의 플랫폼에서 매일 1100만 건 이상의 승차를 완료하고 있다. 다양한 모바일 기술 기반 운송 옵션을 바탕으로 하기에 단순한 차량공유 업체라기보다는 기술회사로 불린다. 애플 최고 경영자 팀 쿡(Tim Cook)은 실제로 서비스 시장에서 중국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현장 지식을 얻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모토트렌드가 예상한 애플카의 외형

아이폰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며 애플은 앞으로 ‘서비스’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아이클라우드(iCloud), 앱 스토어(App Store), 애플 뮤직(Apple Music)과 같은 애플의 서비스들을 의미한다.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을 빌려주되, 매 달 대여 비용을 받고 서비스를 파는 형식으로의 진화까지 고려 중이다.

애플이 개발중인 자율주행자동차인 애플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애플자동차를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따라서 애플의 서비스 비즈니스가 인터넷 어플리케이션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디디가 동업자이자 고객이 될 수 있다.
디디에 대한 투자는 애플에게 실제로도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500만달러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10억달러 투자는 애플 자산의 일부에 불과하다. 

세계적 기업답게 애플의 많은 돈이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묶여’있기 때문에, 그 자산 자체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에는 35%이상의 세금이 붙는다.
 
따라서 오히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외국 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세금혜택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애플이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는 선순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디디 추싱의 공동창업자 청웨이

디디 또한 애플의 투자가 설립된 지 4년된 자사로서는 아주 큰 격려이자 영감이라 평가했다. 이번 애플의 10억달러 투자는 디디가 유치한 단일 투자액 중 최대에 해당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디디의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인 ‘청웨이’(Cheng wei, 33)의 자산은 10억달러로 우리돈 약 1조 1700억원에 달한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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