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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채식주의자’]“채식주의자, 끔찍하고…관능적인 소설”
영미권 평단 열렬한 반응
신경숙 ‘엄마…’와 다른 평가

가부장적 가족이 가하는 폭력
예술을 빙자한 욕망의 폭력
정신병원이라는 제도적 폭력

폭력에 저항하는 대신
차라리 식물이 되길…



“끔찍하면서도 멋진 책”“충격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고 읽어야 하는 책”“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소설”…

한강의 ‘채식주의자’ 에 쏟아진 영미권 평단의 열렬한 반응이다.

종래 한국문학의 특수성이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붙여진 평가와 사뭇 다르다. 문학이 주는 순수한 감동과 즐거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문학이 세계 동시대문학과 발을 맞추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쉬 타임스(IT)가 한강을 맨부커상의 주인공으로 꼽는 칼럼을 싣고, 미국의 해외문학 소개 전문지인 ‘WLT’(World Literature Today)가 메인 인터뷰로 다루는 등 관심이 쏠려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는 한 미약한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양상들을 거침없이 그려낸 작품이다.

가부장제 아버지의 폭력과 예술을 빙자한 욕망의 폭력, 정신병원이라는 제도적 폭력 등 일상에 존재하는 폭력을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 영혜는 이런 폭력에 맞서 저항하는 대신 식물이 되기를 꿈꾸며 먹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맞선다.

인색한 영미 평단이 ‘채식주의자’에 찬사를 보내는데는 한국적 소재와 함께 문학의 고전적 전통들이 잘 녹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화적 요소와 알레고리, 억압과 변신, 예술과 삶, 죽음과 구원 등의 요소들이 서로 스며들며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데 ‘채식주의자’의 독특함이 있다. 동물적인 욕망과 폭력, 영혜의 식물적 이미지의 충돌이 빚어내는 강렬함은 평론가들의 찬사와 공감을 끌어냈다.

이와 함께 고요하고 섬세한 한강의 개성있는 문체,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채식주의자들이 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세계적인 관심사인 폭력에의 환기 등도 ‘채식주의자‘가 가진 강점이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채식주의자’의 수상에 대해. “무엇보다 세계적인 관심사인 폭력에 대한 보편적 주제를 한국적인 소재로 담아내면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구사한 게”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자신은 이 작품을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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