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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행평가=부모 숙제’ 덜어준다는데, 과연?
-교육부, 초중고 과제형 수행평가 크게 줄이기로
-학부모들은 그래도 불안…“또다른 혼란 가능성”
-전문가들도 “교사 주관적 의견 개입 여지 많다”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교육부가 학부모 부담을 가중하고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초ㆍ중ㆍ고교의 과제형 수행평가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최근 각 시ㆍ도교육청에 배포한 2016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수행평가는 과제형 평가를 지양하고 다양한 학교 교육활동 내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문구를 신설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교육부가 수행평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을 개정한 뒤 학교 현장,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수행평가의 여러 방식 가운데 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과제형 평가’의 경우 사실상 ‘엄마 평가’로 불릴 만큼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교육부가 시ㆍ도교육청에 수행평가를 과제형 평가를 지양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학부모들의 부담과 불안은 여전하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발표수업을 하는 모습.

하지만 집에 있는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남녀공학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김모(51ㆍ경기도 일산) 씨는 과제형 수행평가 축소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입시를 마친 큰애 때에도 수행평가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던 김 씨는 “남자 아이다보니 꼼꼼하지 못해 뭘 만들거나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지필평가만으로는 아이가 최상위권이었지만 수행평가에서 우위를 점하는 여학생들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는데 과제형도 아닌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 과정형 평가를 주로 한다고 하니 입시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더욱 걱정된다”고 했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대학 입시 전형이 다양해지면서 아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수행평가가 학교에서만 이뤄진다면 수행평가 점수를 놓고 또다른 갈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교사들도 수행평가 확대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수행평가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8년째를 맞았는데, 지필평가를 대체할 만큼의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아직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예체능이나 기타 과목은 교사 재량으로 수행평가를 확대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고입에 영향을 주는 국ㆍ영ㆍ수 등 주요 과목을 수행평가로만 판단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며 “정답과 오답이 딱 떨어지는 지필평가와 다르고 교사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여기에 평가결과를 놓고 학부모의 항의나 개입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와 함께하는 수업 과정형 수행평가는 그 평가에 대한 신뢰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학부모가 점수에 반발하는 경우도 많아 교육현장에서 오히려 더많은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일선 교사들은 기존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형태로 기간을 정했다면, 수행평가는 교과목에 따라서 그 기간이 제각각 달라지므로 평가가 있을 때마다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한다.

경기도 한 사립고등학교 입시부장교사는 “과제형이든 수업과정형이든 수행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대입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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