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검사장’ 타이틀 재계서도 관심
-범LG가 사외이사 겸직, 작년 9100만원 받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사 퇴임 후 서울 서초동에 사무소를 차리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홍만표(57) 전 검사장은 법조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전관(前官)’이었다.

강원 삼척 출신인 홍 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을 거쳐 대검찰청 중수부 검찰연구관과 수사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퇴임하자 그의 타이틀에 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1년 10월 검ㆍ경 수사권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홍 전 검사장은 바로 다음달 기업 사외이사직에 이름을 올리며 첫 행보를 시작한다. 이수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수페타시스가 그해 11월 1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홍 전 검사장을 3년 임기의 사외이사에 선임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쳐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역임한 홍만표 전 검사장은 퇴임 후 한달 만에 기업 사외이사에 선임되는 등 법조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사진=헤럴드경제DB]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전 검사장은 이듬해 두 차례에 걸쳐 이수페타시스와 별도의 법률자문 계약도 맺었다.

홍 전 검사장이 개업한 홍만표 법률사무소는 상법 및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에 대응해 2012년 11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한달간 이수페타시스의 법률자문을 해주기로 하고 5000만원을 받았다.

2013년 4월에도 이수페타시스와 5개월간 법률자문을 명목으로 역시 5000만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홍 전 검사장은 91억원의 소득을 신고해 전국 개인소득자 중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3년간 이수페타시스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홍 전 검사장의 이사회 참석률은 20%를 밑돌았다. 반면 그에게 연간 지급된 보수는 평균 2400만원에 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쳐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역임한 홍만표 전 검사장은 퇴임 후 한달 만에 기업 사외이사에 선임되는 등 법조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사진=헤럴드경제DB]

2014년 11월 이수페타시스의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홍 전 검사장은 지난해 범LG가 기업들의 사외이사를 잇달아 맡으며 재계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여행전문업체 레드캡투어는 지난해 3월 홍 전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레드캡투어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 고(故) 구정회 씨의 손자 구본호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LG전자도 같은 시기 홍 전 검사장을 사외이사에 앉혔다. 당시 LG전자의 지분 0.32%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총회에서 홍 전 검사장이 레드캡투어 사외이사와 에이치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점을 들어 총 3개 회사에서 임원을 겸임하면 상법에 저촉된다며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당시 홍 전 검사장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되자 검찰 출신 인사를 기업 수사의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올초 홍 전 검사장이 변호사 단체 허가없이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홍 전 검사장이 LG전자에서 받은 보수는 8300만원이다. 레드캡투어에서 받은 돈까지 합하면 9100만원으로, 사외이사로만 연간 억대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사외이사 임기는 모두 오는 2018년 3월까지다.

그 밖에도 홍 전 검사장은 2013년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 사건 등 기업 사건을 수임하며 변호사로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홍 전 검사장은 자신이 법률 고문을 맡은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 사건이 법조 게이트로 번지면서 이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