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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워싱턴포스트' 구원한 베조스의 '신의 한수'

-언론 경영 ‘문외한’ 베조스, WP 인수 3년 만에 ‘언론기술기업’으로 바꿔놔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는 최강 ‘엔지니어링팀’ 3배 강화…‘고객집착문화’ 이식
-콘텐츠관리시스템 등 자체 개발…홈피 방문자수 7000만명 돌파 NYT 앞질러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언론은 몰라도 인터넷은 좀 안다.”

140년 전통의 미국 유력신문 워싱턴포스트(WP)가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Jeff Bezosㆍ52)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20세기 전형적인 ‘신문사’가 21세기 ‘언론기술기업(Media Technology Company)’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베조스는 2013년 WP를 2억5000만달러(2945억원)에 인수하며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미디어 사업 경험이 전무한 베조스의 결단에 업계는 우려반 기대반의 시선을 보냈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주. 왼손에 쥐고있는 아마존 킨들파이어 태블릿에 워싱턴포스트앱을 기본앱으로 설치했다.


당시 WP는 1970년대 ‘워터게이트(워터케이트 호텔 야당 선거본부 도청사건)’ 보도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미국 미디어업계의 전설이었지만, 매출은 가라앉는 ‘거함’이나 다름없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 일간신문 주간 발행부수는 지난 10년간 17% 하락했고 광고매출은 50% 감소했다.  

그러나 WP는 베조스에 인수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괄목상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독자층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최적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술회사’로 변신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WP 홈페이지 순방문자(unique visitor) 수가 7000만명을 돌파하며 경쟁매체인 뉴욕타임스를 넘어섰다. 침몰해가는 WP를 되살린 베조스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엔지니어링팀 대폭 강화=베조스는 WP 인수 후 편집권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았다. 대신 언론사가 ‘미디어기술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물적ㆍ인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베조스는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WP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WP의 전(前) 오너였던 돈 그레이엄(Don Graham)과의 두어차례 미팅 이후 관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어 “미디어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인터넷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게 있다. 그것이 내가 WP를 인수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전문가’ 베조스는 먼저 WP 발행인부터 교체했다. 그는 ‘폴리티코’의 공동창업자 프레드릭 라이안 주니어를 발행인에 기용했다. 폴리티코는 2007년 창간된 미국의 정치전문 일간신문으로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인터넷을 통해 대선 뉴스의 보도 방식에 일대 변화를 일으킨 매체다. 

워싱턴포스트 메인 홈페이지


아울러 WP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전면개편하고 ‘Arc’로 불리는 자체 콘텐츠관리시스템도 개발했다. Arc는 ‘A/B테스팅’과 같은 공통 웹전략을 사용해 각기 다른 헤드라인과 스토리 형식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독자의 기호에 맞춰 더 체계적인 분석과 마케팅 정보를 제공한다. 또 다른 출간물들로부터 기사를 골라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독자들에게 추천기사를 보여주고 어떤 것을 더 읽고 싶은지 묻기도 한다.

이같은 전향적인 시스템 개발을 위해 베조스는 엔지니어링팀을 대폭 강화했다. 700명에 달하는 WP 정직원 가운데 엔지니어링팀은 지난 2년새 3배 증가했다. 베조스가 “WP 기술팀은 실리콘밸리와 경쟁한다”고 말할 만큼 최강의 실력을 자랑한다. WP 기술 인력들은 영업팀은 물론 뉴스팀에 파견돼 함께 일한다. WP측은 “베조스와의 협업으로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것이 매우 쉬워졌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편집자와 기자도 새로 영입됐다. 하루 출고 기사 수를 1200개로 늘리고, 콘텐츠는 속보기사에서 호흡이 긴 피처기사, 사진 슬라이드쇼까지 질적으로 다양화했다. 국제잡지연맹(FIPP)은 “WP의 기자는 물론 디자이너, 전략가, 정보 설계사,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및 포로토타이핑 개발 전문가 등  모든 직원이 WP 웹 플랫폼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 배포 주력=WP의 콘텐츠 배포 전략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태블릿’도 포함된다. 이른바 ‘친(親) 태블릿’ 전략이다.

베조스는 2014년 말 아마존 ‘킨들 파이어 태블릿’에 WP앱을 기본앱으로 설치했다. 이 앱은 하루 두번 기사와 사진, 속보 등을 선별해 공급한다. 이 서비스는 처음 6개월간 무료이고 이후 매달 1달러라는 저렴한 이용료 WP를 구독할 수 있다. 

이같은 모든 노력은 WP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 WP의 홈페이지 순방문자 수는 7000만명을 넘어서며 전년 4월 3370만명에서 두배 이상 성장했다.

베조스가 WP에 부린 마법은 기술만이 아니었다. 강력한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 obsession)’ 문화도 함께 주입했다. WP 경영진들은 종종 독자들로부터 베조스가 전달(forwarding)한 이메일이 많다는 불만사항을 들을 정도다.

아이패드에서 보여지는 워싱턴포스트앱 모습

베조스는 WP 경영진과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격주마다 1시간짜리 이사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여는 것은 기본이고 1년에 두번은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로 경영진을 불러 장시간 회의를 주재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베조스가 WP에 미친 효과는 확실하다”며 “WP를 성장궤도에 올려놨고 기술 집약적인 조직 문화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베조스가 WP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WP의 전(前) 매니저 디렉터는 베조스의 WP 인수에 대해 “마이클 조던이 갑자기 당신 팀에 들어온 것과 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한편 베조스의 자산은 618억달러(72조8500억원ㆍ포브스 기준)로 세계 4위 갑부다. 지난 1분기 아마존이 기대이상의 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면서 2016년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 5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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