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이 ‘악덕스러운’ 분야는 반대로 엄청난 수익을 보장하는 흥행수표가 되기도 한다. 셀수 없을 만큼 많은 세계인들이 이시간에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도박을 즐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라스베가스처럼 이를 아예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도시가 세계 도처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한 지역 특산품에 머물던 술이 무역장벽의 붕괴와 함께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는 경우도 갈수록 늘어난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양꼬치를 먹을땐 ‘칭따오 맥주’를 마시는게 보통이 됐다.
그렇다보니 해외에는 이같은 악덕기업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도 많다. ‘바이세스’(VICEX) 같은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레이놀즈 아메리칸(Reynolds American), 알트리아(Altria Group), 윈 리조트(Wynn Resorts) 등 담배와 주류, 카지노와 무기회사의 주식을 주로 갖고 있다.
이들 산업을 쥐고 있는 기업가들은 당연히 거부다. 억만장자 순위 사이트 셀러브리티넷워스(Celebrity Net Worth)가 직접 선정한 올해의 부호리스트에 따르면, 40여명의 억만장자가 이 ’악덕‘산업의 큰손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에서부터 술, 양조장, 슬롯머신 도박제조사, 온라인 도박업까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금기시’되는 산업들이 대부분이다.
1. 짜런 시리와타나팍디(Charoen Sirivadhanabhakdiㆍ72)
태국 주류업체 타이 비버리지(Thai Beverage) 회장 짜런 시리와타나팍디가 1위에 올랐다. 그는 자산 121억달러의 소유자로 세계 100대 부자이자 태국 최고의 부호다. 타이 비버리지에서 가장 유명한 술은 창(Chang beer)으로, 태국 국민맥주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인도에 진출해 프리미엄 맥아위스키와 진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 시리와타나팍티 회장은 싱가포르 음료·부동산업체인 프레이저앤니브(F&N)를 112억달러에 사들이면서 아시아 시장에 태국맥주를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태국 내 두번째 대형 슈퍼마켓인 빅C슈퍼마켓 지분 다수를 프랑스 카지노 그룹으로부터 35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소매업 진출에 대한 야심도 꾀하고 있다.
2. 요한 그라프(Johann Grafㆍ69)
자산 68억달러의 요한 그라프는 오스트리아 태생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오스트리아의 2번째 부호로, 1980년에 유럽 최대 슬롯머신 업체인 노보매틱(Novomatic)그룹을 세워 부를 쌓았다. 노보매틱은 전자 슬롯머신 등을 생산해 전세계 카지노에 납품하면서 세계 최대의 도박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80개국에 슬롯머신과 비디오포커 머신, 전자테이블 등의 게임 장비를 팔며,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3. 팬시 호(Pansy Hoㆍ53)
홍콩 출신의 여성 카지노 대부 팬시 호는 SJM홀딩스를 운영하는 ‘도박왕’ 스탠리 호(何鴻桑)의 딸이다. 재벌가업 승계자로서, 현재 카지노그룹 MGM차이나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개인자산은 60억달러로, MGM차이나는 올해 안에 1600여개의 호텔 객실과 500개의 게임 테이블 및 2500여개의 슬롯머신을 갖춘 초대형 카지노 복합미디어 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 리조트 개발에 들어간 투입비만 총 31억달러다. 그는 가족기업인 부동산 겸 해운업체 순탁홀딩스(Shun Tak Holdings)의 상무이사직도 역임하고 있다.
4. 마리아 아순시온 아람부루자발라(Maria Asuncion Aramburuzabalaㆍ53)
멕시코의 마리아 아순시온 아람부루자빌라 이름 앞에는 ‘맥주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아버지의 맥주업체인 그로포 모델로(Grupo Modelo)를 상속받은 그의 자산은 51억달러. 아버지 파블로 아람부루자발라(Pablo Aramburuzabala)가 사망할 당시 회사로부터 상속된 주식을 갈취당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어머니와 동생과 대항하며 지켜냈다. 현재는 그로포 모델로에서 나와 투자회사 트레살리아(Tresalia)를 창업해 기술, 통신, 부동산 개발 등에 투자하며 회사의 몸집을 불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5. 마크 쉐인버그(Mark Scheinbergㆍ42)
자산 41억달러의 주인인 마크 쉐인버그는 28살이란 어린 나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도박업체 포커스타스(PokerStars)를 설립했다. 쉐인버그는 포커스타스의 모기업인 릴레이션(Relation)그룹의 최대주주로 이스라엘 태생의 캐나다인이다. 2003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관광지를 휩쓴 ‘포커붐’을 맞이하며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포커스타스의 최대 이벤트인 월드시리즈포커(WSOP) 대회에서 익명의 선수로 참가했던 회계사 출신 크리스 머니메이커(Chris Moneymaker)가 최종승리하면서, 회사가 함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6. 스티브 윈(Steve Wynnㆍ74)
호텔 및 카지노 그룹 윈 리조트(Wynn Resorts)의 스티브 윈이 자산 36억달러로 전체 6위에 올랐다. 윈 회장은 이 리조트 외에도 벨라지오(Bellagio) 호텔, 미라지(Mirage) 리조트, 트레쥬어 아일랜드(Treasure Island)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카지노업계 거물인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리조트를 건설해 라스베가스 스트립지역의 부흥을 이끌어냈다.
그는 열혈 미술 콜렉터로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세잔, 고갱, 반 고흐, 마네, 피카소,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을 카지노 건물에 끌어들여 도박의 천국 라스베가스를 명품 미술도시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7. 틸만 페르티타(Tilman Fertittaㆍ58)
틸만 페르티타는 텍사스의 레스토랑, 카지노, 엔터테이먼트 복합회사인 페르티타 엔터테이먼트의 최고경영자(CEO)다. 학생시절, 아버지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어깨너머로 요식업을 배웠고, 랜드리(Landry) 레스토랑의 첫 번째 파트너로 업계에 뛰어들었다. 6년 후 이 레스토랑의 지배 지분을 사들이고 주식을 상장한지 20년만에 가치가 14억달러로 뛰면서 일약 부의 자리로 올라서게 됐다. 틸만 페르티타는 이 랜드리 레스토랑을 비롯해 500개의 요식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틸만의 현재 자산은 26억달러다.
8. 테디 사기(Teddy Sagiㆍ44)
이스라엘의 테디 사기는 도박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플레이테크(Playtech)를 창업했다. 플레이테크는 지난 17년간 5억달러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으며, 테디 사기가 이 회사의 주식 3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4월, 4억5천만달러에 해당하는 본인의 지본 86%를 매각하며, 현재 자산 18억달러를 차지하게 됐다.
9. 유리 쉐플러(Yuri Sheflerㆍ48)
러시아의 유리 쉐플러는 전세계 160개국에 380여종의 술을 생산·유통하는 주류업체 S.P.I 그룹을 이끌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위치해 있으며, 국영기업 VVO소유즈플러드임포트로부터 사들인 스톨리치나야(Stolichnaya) 보드카가 가장 유명한 브랜드다.
2014년 VV0와의 분쟁으로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벨기에, 러시아로부터 판매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회사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등 유럽의 경제국가 등에서 저력을 과시하며 작년 스페인의 양조장 아린짜노 와이너리(Arinzano winery)를 인수했다. 그의 자산은 17억500만달러 정도다.
10. 드니스 코츠(Denise Coatesㆍ48)
자산 16억달러의 드니스 코츠도 온라인 도박사업으로 성공한 영국의 여성 CEO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마권 판매소 일을 도우면서 도박의 경제적 가치를 일찍이 알게 됐다. 그가 창업한 스포츠배팅업체 베스트365닷컴(Bet365.com)은 현재 포커스타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도박 사이트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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