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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새 신생아사망 100배↑…베네수엘라 ‘국가비상사태’
병원 항생제없고 의료장비 열악
신생아·산모 죽음 무방비 상태
경제난 극심탓 공중보건 위기



새로 태어난 신생아 3명이 하루아침만에 사망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흰 이불이 얼굴까지 덮인 신생아들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극심한 경기난이 공중보건 위기로 발전하면서 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베네수엘라 병원에는 의료장비뿐만 아니라 항생제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저가주택 등 각종 복지정책을 펼치던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1개월이 채 안된 신생아의 사망률은 2012년 0.02%에서 지난해 2%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3년 사이 100배 증가한 것이다. 산모의 죽음도 3년 사이 5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죽음은 열악한 의료장비 때문이다.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경제난에 빠지면서 산소호흡기와 항생제, 엑스레이 장비 등 기본적인 의료장비를 구하기가 어려워 국립병원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전체 외화벌이의 95%를 석유 수출을 통해 충당한다. 하지만 2014년 말부터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관련 수입이 대폭 줄고 볼리바르 가치가 크게 폭락하면서 생활 및 의료용품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국립병원에는 의료장갑과 비누, 항생제가 부족한 상태다. 항암제는 지하시장에서나 가끔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전력 부족으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매일 최고 4시간의 정전 시간을 부여하는 ‘전기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산소호흡기 등 전기를 필요로 하는 의료장비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7%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200%에 육박해 베네수엘라 화폐를 냅킨 대신 사용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조사해 발표한 ‘2015 세계 고통지수(misery index)’ 순위에서 베네수엘라는 2014년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 1위의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대통령 탄핵 등 정국 혼란을 겪은 브라질은 2위를 차지했다.

공중보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를 이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쿠데타를 막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은 마두로 대통령이 조업을 중단한 공장을 압류하고 해당 기업주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의 이바라 광장에서 “부르주아(자본가)들에 의해 마비된 생산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국가 경제를 파괴하려고 생산을 중단한 자는 수갑을 채워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며 강경하게 말했다. 또, 외국 침략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군사훈련을 지시했다.

지난 11일 베네수엘라의 야당인 민주연합회의(MUD)는 마두로 대통령을 탄행하기 위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했다. 이때 85만 명의 국민이 청원 서명에 동참해 헌법 상 필요 서명자 수인 유권자의 1%(20만 명)의 4배를 넘어섰다. 선거관리위원회 서명이 유효하다고 인정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국민소환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바꿀 수 있다. 미국 정보당국도 13일 마두로 정권이 쿠데타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마두로 대통령의 대응이 생필품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최대 식음료업체인 엠프레사스 폴라르는 원료를 수입할 외환이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고 표명했다. 백신 및 항생제의 경우,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99%를 구매하지만 수입대금의 미결제가 다수 발생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적대상이 반정부 성향의 기업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권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렐리스는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마두로 정권에 “베네수엘라는 언제든 터질수 있는 폭탄”이라며 “(마두로가) 민주주의를 막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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