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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구조조정의 승자들이 던지는 메시지
조선ㆍ해운 등 국가 기간산업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보니 절체절명의 위기를 뚫고나온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기가 우리 일처럼 여겨진다.

2010년 일본 최대 항공사 일본항공(JAL)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망할 수도 없고, 망해서도 안 된다고 믿어온 일본 대표기업의 파산에 일본 열도가 술렁였지만 ‘예고된’ 비극이었다. 당시 JAL은 적자가 뻔히 예상돼도 지역별 이기주의와 정치 논리에 휘둘려 노선 조정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복수 귀족노조가 8개나 됐고 관료 출신의 낙하산 경영진위에 군림했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1조원대에 달했지만 퇴직승무원의 고액연금은 아무도 손대지 못했다.

골머리를 앓던 일본 정부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의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를 삼고초려 끝에 데려왔다. “보수는 한 푼도 받지 않고, 딱 3년만 일하겠다” 그의 취임 일성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특유의 ‘아메바경영(부문별 독립채산제)’을 JAL에 도입했다. 관료처럼 행동했던 수만 명의 직원을 현장 중심의 세부 조직으로 나눴고, 매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채산성과 본인의 기여도를 확인하게 했다. 격렬한 진통이 있었지만 임직원들은 1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구조조정을 감내했고, 퇴직자들은 연금 인하에 합의했다. ‘구제불능’의 적자기업이던 JAL은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년째에는 법정관리를 벗어나 3년째에는 10조원짜리 우량기업으로 일본 증시에 재상장됐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던 GM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기적같은 회생 스토리를 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산업 구조개혁 태스크포스의 건의를 수용해 공적 자금 495억 달러를 GM에 지원하고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제품 혁신에 착수했다. 폰티악, 새턴 등 원가는 높은데 인기는 없는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고 비용 절감에 올인했다. 2014년 28억달러의 순이익에 이어 2015년에는 984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규모인 97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정부는 돈만 지원하고 구조조정은 검증된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JAL과 GM의 사례와 달리 구조조정이 되레 독이 된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항공사 보잉의 경우다. 보잉은 수요감소 주기를 맞은 1993년 발주가 대량으로 취소되자 생산을 40%,인원을 35%나 줄였다. 6억달러의 경비가 소요된 퇴직 프로그램으로 특수기능직 직원 9000명을 해고했다. 그런데 1996년 초 경기가 좋아져 수요가 늘었을 때 숙련된 조립공의 부족으로 생산과 납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생산 정상화를 갖추기까지 3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재정적 손실보다 뼈아픈 것은 경쟁 상대인 유럽의 에어버스에 1위를 내주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우리 조선업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조선업의 회생에 국민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기는 ‘불황 너머를 바라보는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임시방편의 ‘군살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호황기 때 위력을 발휘할 ‘튼실한 근육’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밑 빠진 독’이 아닌 ‘방수처리 잘된 독’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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